1심 법원 “다큐 제작 활동은 인정...건조물 침입은 유죄”
민변 “법원 침입 아닌 공익적 촬영...62명 피고인과 별도로 재판 진행해야”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을 듣고 법원에서 난동을 부린 100여명의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다큐멘터리 제작 목적으로 현장에 있었던 정윤석 감독이 유죄를 선고받은 1심 결과에 항소했다. 법원 경내로 들어간 목적이 난동 가담자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무죄라는 취지다. 함께 재판을 받는 62명의 피고인과 사건을 분리해달라고도 요청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10일 건조물침입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1심 판결에 항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8월1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김우현)는 정 감독의 촬영 행위가 작품 활동으로서 인정된다고 보면서도 청사 진입은 불법이라고 판단해 실형을 선고했다. 정 감독은 올해 1월19일 새벽 서부지법 후문 인근에 있던 시위대가 경찰과 법원 직원 등을 폭행하고 유리창 등을 훼손해 법원으로 난입한 사태를 촬영하다가 경내 진입 3분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검찰은 정 감독을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했고, 법원은 일반건조물침입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법원의 유죄 판결에 문화예술계는 “공익 목적의 취재를 범죄로 규정해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와 다큐멘터리스트의 언론 자유를 침해했다”고 반발했다.
정 감독 측은 지난달 26일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민변 회원으로 구성된 정 감독 항소심 변호인단은 “정윤석 감독이 다른 피고인들과 공모 관계가 없고, 어떠한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이를 인정하면서도 근처에 있었다는 점을 들어 건조물침입죄 성립을 인정한 1심 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공소제기가 공소권 남용이며 법원 경내이긴 하지만 개방된 공간이기 때문에 건조물 침입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당시 비상계엄 관련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법원 침입이 아니라 공익적 행위에 해당해 공소기각이나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감독 측은 법원에 변론분리신청서도 함께 제출했다. 변론 분리는 한 사건의 피고인이 여럿인 경우 일부를 따로 심리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검찰은 서부지법 사태에 가담했다고 조사된 63명을 하나의 사건으로 기소했다. 당시 구속기소 된 62명 외에 정 감독만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민변은 “증거기록상 폭력 행위와 무관함에도 다른 피고인들과 공판을 함께 진행하면 정윤석 감독의 방어권 행사가 어려워진다”며 “공판이 분리되지 않는 경우 2차 가해 등으로 진술 및 주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 감독의 항소심은 17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첫 공판 기일이 열린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