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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여년 만의 참회…임진왜란 왜장 후손, 한국 땅에서 사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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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10 23:00:00 수정 : 2025-10-10 22:45:54
옥천=윤교근 기자 sege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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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침략전쟁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습니다”

 

임진왜란(1592~1598년) 당시 왜장 후손인 히로세 유이치(70)씨는 10일 “임진왜란은 이 세상의 지옥이었다. 조선의 승려, 농민, 여인, 아이들까지 전장에서 용감하게 싸웠다”며 이렇게 말했다. 유이치씨는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며 “한일 양국 후손들이 힘을 합쳐서 평화로운 세상이 만들어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임진왜란 당시 고니시 유키나가 휘하의 6진 소속 왜장 가라스마 구로노카미 미찌도모의 후손이다.

10일 충북 옥천군 안내면 조계종 가산사 ‘2천4백 순국충혼 위령탑’ 제단에 임진왜란 당시 왜장의 후손들이 머리를 숙이고 있다. 독자 제공

이날 충북 옥천군 안내면 조계종 가산사에서 국가보훈부 주관으로 ‘대한 광복 80주년 기념 및 한일 평화의 날 행사’가 열렸다. 가산사는 신라 성덕왕 때 창건된 ‘호국사찰’이다. 의병과 승병 훈련소로 활용되기도 하고 현재 의병장 조헌과 승병장 영규대사의 초상화를 봉안하고 매년 제를 올리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유이치씨와 함께 임진왜란 당시 조선 침략에 가담했던 왜장 후손인 히사가케 소마(24)씨가 참석했다. 소마씨는 5진 소속 왜장 쵸소 가베모토치카의 후손이다.

 

특히 유이치씨는 행사 직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후손인 이종학씨와 손을 잡고 약 10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 유이치씨는 “우리 조상의 죄과를 조금이라도 씻기 위해 한국에 찾아왔다”고 전했다.

 

소마씨와 유이치씨는 가산사 ‘2천4백 순국충혼 위령탑’ 제단에 술을 올리고 합장하며 고개를 숙였다. 임진왜란 발발 이후 400여년 만에 후손들이 한국 땅에서 머리를 숙인 것이다.

 

한일 양국의 평화를 기원하는 행사도 열었다. ‘참회’ ‘화해’ ‘평화’를 붓글씨로 써 족자를 제작해 왜장 후손과 피해자 후손, 국가보훈부가 한 점씩 보관하기로 했다.

 

왜장 후손들은 청주 단재 신채호 선생 묘소와 의암 손병희 선생 생가를 둘러보고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가 마련한 연극 ‘자혜, 그 누구도 아닌’을 관람했다. 또 이튿날에는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을 방문할 예정이다.

 

소마씨는 “앞으로는 과거의 역사를 잘못한 것을 생각하고 미래 지향적으로 나가야 한다는 걸 강하게 느끼고 발걸음을 옮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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