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건국기념일(쌍십절)인 10일 중국에 강압적 현상변경 포기를 요구하는 한편 이스라엘의 ‘아이언돔’과 유사한 대만의 종합 방공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라이 총통은 이날 타이베이 총통부 앞에서 열린 114주년 국경대회 기념사에서 “우리는 중국이 대국의 책임을 보이고, 유엔 총회 결의 제2758호 및 제2차 세계대전 역사 문서 왜곡을 중단하기를 기대한다”며 “무력과 강압의 방식으로 대만해협 현상을 변경하는 것을 포기하고, 함께 인도·태평양의 평화·안정을 수호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971년 채택된 유엔 총회 결의 제2758호는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을 유엔 내 대표로 인정하는 내용으로, 유엔 창설 멤버이자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던 중화민국(대만)은 이 결의 채택 이후 유엔에서 퇴출당했다. 이 결의는 중국이 각국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라고 요구하고 대만 통일을 거론하는 근거 중 하나기도 하다.
친미·반중 성향의 라이 총통은 집권 첫해였던 지난해 쌍십절 연설에서 “중화민국은 중화인민공화국과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 “국가 주권을 지키는 결심은 변하지않는다”는 등의 언급을 해 대만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중국의 거센 반발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중국은 라이 총통 연설 이틀 뒤 대만을 겨냥한 무역 보복 카드를 거론했고, 다시 이틀이 지난 뒤에는 대규모 ‘대만 포위’ 군사 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라이 총통이 최근 군과 정치권, 사회 각계를 겨냥한 간첩 색출에 나서며 반중 분위기를 강화해 올해 쌍십절 연설에서 강경 발언이 나올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지난해 연설과 비교할 때 ‘중국’이라는 단어 등장이 줄었고 ‘예속’이나 ‘주권’ 등의 민감한 낱말은 나오지 않았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고율 관세 협상과 미국의 대만 방위 압박 등을 의식한 듯 대만의 역할을 강조하는 언급이 늘었다. 라이 총통은 “국민과 국제 사회에 선언한다”며 “내년도 우리의 국방예산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기준에 따라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을 것이고, 2030년 전에 GDP의 5%에 도달해 국가 수호의 결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만의 방패’(台灣之盾·T-돔) 구축을 가속하고, 대만의 다층 방어·고도 감지·효과적 요격의 엄밀한 방공 체계를 만들어 국민의 생명·재산·안전을 보호하는 방호망을 짤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매체들은 ‘T-돔’이 이스라엘의 방공망 아이언돔과 유사한 방공 시스템이라고 전했다.
라이 총통은 또 “첨단 기술과 인공지능(AI) 기술의 결합을 강화해 스마트 방어작전 시스템을 만들고 비대칭 전략 억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며 “국방 혁신 기술에 지속 투자하고, 선진국 군수산업과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군비 탄력성을 강화하고 국방산업 역량을 높여 우방이 신뢰하는 안전한 협력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함께 ‘홍색 공급망’(중국 중심의 공급망)을 배제하고 자유민주 가치를 수호하는 견고한 방어선을 함께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이 총통은 현재 미국과의 협상에 대해서는 “대미 상호관세 협상을 적극 진행해 합리적 세율을 쟁취하고, 대만과 미국 사이 무역적자를 해소할 것”이라며 “대만·미국 산업 협력을 심화해 대만 경제 발전이 국제적으로 연계되고 크게 전진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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