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위기 공영방송 돕는다는 취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위기를 맞이한 미국 공영방송사를 돕기 위해 우리에게 ‘그림 참 쉽죠’로 널리 알려진 미국 화가 밥 로스의 그림이 대규모로 경매에 나온다.
9일(현지시간) 미국 NBC 뉴스 등 외신들은 경매사 본 햄스를 통해 로스의 그림 30점이 여러 경매에 나올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다음달 11일 ‘클리프사이드(Cliffside)’, ‘윈터스 피스(Winter's Peace)’ 등 3점을 시작으로 30점 경매 총액이 85만~140만달러(12억~2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본 햄스는 추정했다.
밥 로스는 1983년부터 1994년까지 미국 공영방송사 중 하나인 PBS에서 방영된 프로그램 ‘그림을 그립시다(The Joy of Painting)’ 진행자로 세계적인 인기를 끈 화가다. 30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에 그림 한편을 그려내는 실력과 “어때요, 참 쉽죠?”라는 유행어로 국내에서도 이름을 널리 알렸다.
앞서 지난 7월 트럼프 행정부가 요청한 국제원조 및 공영방송에 대한 90억달러(약 12조5000억원) 규모의 예산 삭감안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공영라디오 NPR과 공영TV PBS에 자금을 지원하는 공영방송공사(CPB)의 2년 치 예산 11억달러(약 1조5000억원)가 줄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NPR과 PBS 등 공영방송의 ‘좌편향’을 의심하며 장기간 호시탐탐 예산 삭감을 추진해왔다.
법안 통과 직후부터 이들 방송사를 향한 후원 액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공영언론 관련 기부금 데이터 분석업체 ‘기여자개발파트너십(CDP)’ 자료를 토대로 3개월 사이 신규 후원자 12만명이 공영방송국에 연간 기준 2000만달러(약 280억원)를 새로 후원했다고 예산 삭감안의 의회 통과 직후 보도한 바 있다.
조앤 코왈스키 밥 로스 주식회사 대표는 현지 언론에 “로스는 생전에 자신의 그림이 TV를 통해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헌신했다”며 “이번 경매는 그의 즐거움과 창의력을 수십년간 미국 가정에 전달한 공영방송을 계속 지원하도록 그의 유산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출품의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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