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감지된다. 금값 고공행진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은값도 심상치 않다. 14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산업 수요가 늘고 저평가 매력이 부각돼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는 분위기다.
8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1.7% 오른 온스당 4070.5달러로 사상 최고치 기록을 다시 세웠다.
금 선물 가격은 전날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4000달러 선을 넘어선데 이어 이날도 추가 상승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은 값도 온스당 50달러를 기록하며 2011년 4월 이후 14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은값은 올들어 70% 상승했다. 2010년 이후 가장 큰 연간 성장률이다.
로이터통신은 올해 은 값이 온스당 55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상승은 금값 강세와 함께 귀금속 시장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높아진 것이 배경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미국의 재정적자 지속,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프랑스의 정치적 불안 가중도 금값이 강세를 지속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로이터 분석에 따르면 금 가격은 2024년 24% 상승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54%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은 현물 가격도 올해 들어 71% 급등하며 가파른 랠리를 보이고 있다.
은값의 가파른 상승에도 여전히 ‘저평가’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은 비율(Gold-Silver Ratio) 때문이다. 금-은 비율은 금 1온스를 구입하는 데 필요한 은의 양을 나타내는 지표다. 예를 들어 금 가격이 2000달러고 은 가격이 25달러라면 금-은 비율은 80이다. 숫자가 클수록 은이 저평가 상태라는 의미다.

황선경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9월 1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금 대비 저평가 안전자산이라는 매력이 더해져 개인 투자자의 관심이 늘고 있다”며 “현재 은 가격은 금 대비 90분의 1 수준으로 역사상 가장 저평가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은 인기는 숫자로 잘 나타난다.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중 실버바를 취급하는 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기준 누적 실버바 판매액은 56억9603만원이다. 작년 한 해 판매액(7억9981만원)의 약 7배다.
은행에서 제공하는 금 투자 상품인 ‘골드뱅킹’처럼 실버뱅킹 상품도 있다.
이 상품은 실물 없이 0.01g 단위로 은을 거래할 수 있다. 다만 매매 차익에 대해 15.4% 배당소득세를 내야 하고, 거래 수수료도 3.5% 내외가 붙는다.
다만 은에 투자할 때는 금보다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투자와 보석 수요가 대부분인 금과 달리 은의 약 60%는 산업용으로 쓰인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