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처럼 긴 추석 연휴를 이용해 겨울스포츠의 도시 캐나다 캘거리를 여행 중이다.
1988 겨울올림픽 개최 도시 캘거리는 인구 약 164만명(2023년 기준)으로 토론토, 밴쿠버에 이어 캐나다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로키산맥 동쪽에 위치한 이곳은 내셔널하키리그(NHL) 캘거리 플레임스의 홈링크가 있고, 세계적인 스피드스케이팅 전용 캘거리 오벌을 비롯한 각종 스포츠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서울에 올림픽공원이 있듯 캘거리에도 올림픽파크(COP)가 있다. 멀리에서도 눈에 확 띄는 스키점프대가 있는 곳 바로 아래에 있다. 특히 캘거리시는 COP 안쪽에 아이스링크를 새로 지었다. 20년 전 국가대표 빙상팀을 취재하러 왔을 때는 없었던 시설들. 궁금증에 안쪽으로 들어가 봤더니 링크가 무려 4개나 있고, 뇌진탕을 전문으로 하는 스포츠의학 연구소도 만들었다.
링크 안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 링크에서는 중학생들 나이의 아이스하키팀들이 경기를 하고 있고, 그 옆 다른 링크에서는 어린이들이 강사의 지도 하에 스케이팅을 배우고 있다.
자료를 찾아보니 캘거리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실내 아이스링크만 해도 19개, 학교를 비롯한 민간 링크까지 포함하면 무려 95개의 겨울스포츠 시설이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린피 50∼60달러(약 5만5000원)로 이용 가능한 퍼블릭 골프장이 시내에만 3개가 있으니 부러움을 어찌 표현할지 모르겠다. 10월이면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첫눈이 내리는 캘거리는 겨울철에는 골프장 페어웨이가 크로스컨트리 스키장으로 변한다.
1000만 인구 메트로폴리탄 서울과 비교를 해보자. 서울에는 목동실내링크와 노원구에 있는 동천실내빙상장 외에는 떠오르는 곳이 없다. 고려대, 광운대, 한체대 등 민간 시설을 포함해 봐야 고작 10개 미만. 그나마 태릉컨트리클럽 하나가 서울의 체면을 지켜준다. 이마저도 아파트를 짓겠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불안하지만.
10억원 미만의 아파트를 찾기 힘든 값비싼 도시 서울은 시민의 스포츠 자율권이 ‘0’에 가깝다. 정치인들이 청계천 개발, 한강 개발과 같은 보여주기 시정에 매달린 결과다. 최근 들어 아파트 단지 내에 골프연습장, 체육관, 실내 수영장을 짓는 곳이 많아졌으나 대부분 입주민 전용이어서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나마 서울 인근에는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 많아 고령화 시대의 중산층에게는 축복이다.
어렸을 적 ‘체력은 국력’이라는 말을 귀에 박히게 들어왔다. 과연 우리의 체력은 어떠한가?
성백유 대한장애인수영연맹 회장·전 언론중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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