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과 휴일 사이에 낀 평일. 이날만 쉬면 연휴가 완성된다. 이럴 때면 직장인들은 내심 ‘임시공휴일’ 지정을 기대한다.
이번 연휴도 그랬다. 3일 개천절, 4일 토요일, 5~7일 추석 연휴, 8일 대체공휴일, 9일 한글날이 이어졌다. 여기에 10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다면 11~12일 주말까지 더해 총 10일의 연휴가 가능해지는 구조였다.

어김없이 10월10일 임시공휴일 지정 이야기가 나왔지만, 정부는 “검토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른 내수 진작 효과가 미미하고, 오히려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 부담됐을 것이란 분석이 뒤따랐다.
실제로 이를 증명하는 연구 결과는 최근 수차례 발표된 바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고빈도 데이터를 통해 본 날씨·요일의 소비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임시공휴일이 지정된 2023년 추석과 올해 설 연휴를 나머지 2023∼2025년 명절 연휴와 비교한 결과, 임시공휴일이 낀 연휴 시작 전 1주일간 카드 사용액이 다른 명절보다 10% 이상 늘었다. 하지만 연휴가 끝난 뒤 1주일을 보면 반대로 임시공휴일 지정 연휴 카드 사용액이 많게는 8% 줄었다. 임시공휴일 유무와 관계없이 연휴 전후 4주간의 일평균 카드 사용액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한은은 “연휴 전후의 소비가 대체 관계를 보이는 데다, 임시공휴일에 따른 영업일 감소 효과(-)와 연휴 기간 대면 소비 증가 효과(+)가 상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6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임시공휴일 지정의 명암 : 내수 활성화와 휴식권 보장의 현실과 한계’ 보고서도 올해 1월27일 임시공휴일 지정과 관련해 “정부가 기대한 수준의 경제 활성화 효과를 나타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많은 국민이 국내에서 연휴를 즐기는 대신 해외로 나갔기 때문에 내수진작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며 “더욱이 수출과 생산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면 경제 활성화에 미친 순효과는 상당히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임시공휴일이 정부 재량에 따라 임의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국민 휴식권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고, 상당수 국민이 임시공휴일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점도 추가적인 한계로 꼽았다.
현행 근로기준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상시 5인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은 임시공휴일 적용 대상이 아니다.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가 지난해 기준 2857만6000명이고 이 중 999만8000명이 1~4인 사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대부분이 임시공휴일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보고서는 “정부는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 생산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임시공휴일 지정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며 “더불어 더 많은 국민이 휴식권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현 정부가 앞으로도 임시공휴일 지정에 방어적인 입장을 취할지는 미지수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이 과도하게 많다고 지적하며 주 4.5시간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비록 이번 연휴 임시공휴일 지정은 무산됐지만, 지난 8월 “10월 긴 추석 연휴 등을 활용한 내수 활성화 방안을 선제적으로 강구해 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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