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의 중간평가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분야는 외교·통상이다.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내건 이재명표 외교는 친중 꼬리표와 대미·대일 관계 변수에 대한 우려로 출발했다가, 이를 불식시키는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한·미·일 협력 체제 중심의 재확인 등 순방외교를 통해 점수를 딴 부분이 컸다. 이에 비해 외교안보 분야의 인사와 관련해서는 다소 삐걱거리는 모습이 포착된다.

이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숨가쁜 다자외교 무대(G7 정상회의)를 소화하며 ‘대한민국의 무너진 신뢰 회복’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해 말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로 위태로워진 국가 이미지를 복원하기 위해 다자외교 무대를 적극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유엔총회에서도 민주주의 위기로부터 성공적으로 돌아온 한국의 귀환을 알리는 데 중점을 둔 연설을 했다. 이달 말 경주에서 있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도 그 연장선에서 성공리에 개최함으로써 종지부를 찍는다는 계획일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일본과의 정상회담을 순조롭게 개최한 부분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이 생중계 된 상황에서 양 정상의 분위기가 우호적으로 연출된 것은 한·미 동맹 관련 일각의 우려를 일단 잠재운 것으로 해석됐다. 난항이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많은 나라가 애를 먹고 있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도 조선협력을 앞세워 동맹 강화를 꾀하는 전략에 기대를 걸 만하다고 분석된다.
이 대통령의 친화력과 대면 외교의 강점이 대외적으로 괜찮은 결과를 가져온 편이라면, 내치에서는 다소 불안정한 장면이 노출된다. 화려한 순방 성과의 이면에 외교안보 라인의 내부 균열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다. 이 정부 출범 당시 제기된 ‘동맹파’ 대 ‘자주파’ 논란이 결국 불거진 것이다. 국가안보실과 외교부에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동맹파가, 통일부와 국정원에는 남북 관계 개선을 우선하는 자주파를 배치한 투트랙 전략이 상호 견제의 순기능을 넘어 파열음을 낼 조짐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세미나에서 대표적 원로 인사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정부 내 동맹파가 너무 많아 대통령 발목을 잡는다”고 공개 비판했다. 특히 유엔에서 이 대통령이 남북관계 해법으로 제시한 ‘E.N.D 구상(교류-정상화-비핵화)’에 대해 “비핵화 얘길 왜 넣나. 대통령 끝장낼 일 있느냐”고 지적했다. 북한 당국이 민감해하는 비핵화를 정책 구상에 넣은 것이 잘못이라는 취지다. 이에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하루 뒤 “사실 이 제안은 통일부에서 나온 것”이라며 동맹파 측의 공격성 발언에 반박했다.
외교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떠오른 이런 내부 갈등은 대북 정책 표류와 대미 협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4일 이와 관련 “20년 전 프레임일뿐이며 지금은 국익파·실용파만 있다”는 발언으로 수습에 나섰다.
외교 시스템의 난맥상은 인사에서도 드러난다. 다자외교의 최전선인 주유엔대사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자 외교 경력이 전무한 차지훈 변호사가 임명된 것이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 논란의 정점을 찍었다. 특임대사 논란 등으로 재외공관장 공백 사태가 길어지는 데 대한 지속적인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달 말 기준 전체 167개 재외공관 중 대사·총영사 등 공관장 41곳이 공석인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 활동과 재외국민 보호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는 수치다. 정상외교로 국격을 높여도 현장에서 이를 뒷받침할 인력이 없는 실정이란 토로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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