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행정 언어’ 세종시, ‘맨발벗’ 박동창·신향식··· 한국어 자존 세워
아프리카서 한글 꽃 피운 신미라 교수, ‘세계 속 우리말’ 증명
한글 서예로 지구촌 돌며 한국어 전한 한창환 전도사도 선정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공동대표 고영희·김경희·노명환·박문희·이대로·이정우·아림)은 579돌 한글날(9일)을 앞두고 2025년 우리말 지킴이 다섯 명을 선정해 7일 발표했다.
올해 ‘우리말 지킴이’로는 △세종특별자치시(시장 최민호) △맨발걷기운동본부 박동창 회장과 신향식 기자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손혁재 박사 △‘아프리카에 한국어 알리기’ 모임의 신미라 교수 △세계에 한글을 전파한 한창환 한글 전도사 등 5명이 뽑혔다.
박 회장과 신 기자는 외래어 조합어 ‘맨발러(맨발걷는 사람)’ 대신 순우리말 ‘맨발벗’을 쓰기로 결정한 공로로 선정됐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는 지난 6월 19일 이사회를 열고 외래어를 조합한 표현 대신 우리말을 사용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맨발벗’ 명칭은 신식 기자가 제안했으며 그는 이를 언론으로도 널리 알리고 자신의 기사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서울시가 ‘서울런’과 같은 외래어 조합을 공식 홍보명으로 채택한 것과 달리 국민건강 운동의 상징인 ‘맨발걷기’를 순우리말로 되돌린 결정이 높이 평가됐다. 특히 '맨발벗' 명칭은 맨발걷기를 한류 열풍의 하나로 해외에도 전파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신 기자는 신문문장론(저널리즘 문장론)을 전공하고 대학에서도 9년간 논리적 글쓰기 등을 강의하는 등 우리말 우리글 살리기에 힘써온 인물로 알려졌다.
세종특별자치시는 행정안전부 산하 기관 중 드물게 공문서, 안내 표지판, 시책명 등에서 외래어나 일본식 한자어 대신 순우리말 표현을 꾸준히 사용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시정 홍보 문구와 시민 참여 프로그램에서 ‘쉬운 말, 우리말 중심 행정’을 실천한 점이 지킴이 선정의 배경이 됐다.
손 박사는 오랜 기간 방송과 칼럼 활동을 통해 ‘쉬운 우리말로 말하는 민주주의’를 실천해 온 공로로 지킴이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정치·사회 현안을 다루는 해설에서도 외래어나 어려운 전문용어 대신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며 언론의 언어 책임을 모범적으로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 교수는 10여 년 넘게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한국어 교육과 한글 문화 확산 활동을 이어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케냐, 탄자니아 등 현지 대학에서 한국어 강좌를 개설하고, ‘한글 주간’ 행사를 직접 주관하며 한국어의 아름다움과 소리 체계를 현지 언어로 번역해 전한 공헌이 감안됐다.
한창환 한글 전도사는 수십 년간 해외에서 한글 서예 전시와 강연을 이어오며 각국에 한글의 예술성과 정신을 전파해온 주인공이다. 그는 직접 만든 ‘한글 사랑 순회전’을 통해 미국·유럽·동남아 등 20여 개국을 돌며 한글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소개해 왔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은 “한 전도사의 활동은 한글을 단순한 문자체계가 아닌 문화예술로 승화시킨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은 “우리 민족은 5000년 역사 동안 우리 말과 글로 살아왔으나, 일제강점기 이후 외래어 남용으로 말글살이가 위기를 맞고 있다”며 “1945년 해방 이후 국민이 한글로 교과서를 만들고 공문서를 쓸 수 있게 된 것은 큰 진전이며, 앞으로도 우리말 다듬기 운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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