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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년 전 김영삼의 의원직 제명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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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04 20:01:28 수정 : 2025-10-04 20:01:27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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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2016∼2020년) 시절인 2019년 6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소속 김순례, 김진태, 이종명 의원에 대한 제명 결의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이들이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비하하는 등 5월 정신을 매도하고 왜곡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당시 여당이자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강력히 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 의원 등의 잘잘못을 떠나 ‘의원 제명’이라는 사안의 심각성이 국민에게 불안과 우려를 안겼다. 박정희 유신 정권 시절 야당 지도자인 김영삼(YS) 의원이 제명 처분으로 국회를 떠난 이후 수십년 동안 한국 정치사에서 사실상 잊힌 제재 수단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1970∼1980년대 한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김영삼 전 대통령. 사진은 5공화국 정권 말기인 1987년 서울 상도동 자택에서 외신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선출 권력인 국회의원도 잘못을 저지르면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 그 최고 수위가 의원직 제명이다. 헌법 64조 3항은 “의원을 제명하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어디서 많이 본 조항 같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한 헌법 65조 2항이 그것이다. 의원 제명의 요건을 대통령 탄핵소추만큼이나 까다롭게 만든 셈이다. 원내 과반 다수당이 소수당 의원 중 눈에 거슬리는 인물을 국회에서 내쫓는 수단으로 악용되어선 안 된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21대 국회(2020∼2024년) 들어 정치권 내부의 대립과 갈등은 더욱 격렬해졌으나 의원 제명에 관해선 여야 모두 신중했다. 4년 임기 동안 국민의힘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기부금 유용 의혹이 제기된 민주당 윤미향 의원, 민주당은 대장동 개발업자 일당으로부터 거액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을 상대로 각각 제명을 추진했다. 물론 둘 다 임기 만료와 동시에 폐기됐다. 그런데 2024년 출범한 22대 국회 들어 의원 제명이 정치권에서 무슨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 모양새다. 민주당이 이제껏 국회에 제명안을 제출한 국민의힘 의원은 무려 50명 가까이 된다. 국민의힘도 민주당 의원 10명 이상의 제명에 나선 상태다. 22대 국회 임기가 아직 2년 7개월 남은 점을 감안하면 차기 총선이 실시되는 2028년 4월 이전에 도대체 몇 명의 여야 의원이 제명안에 이름을 올릴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2015년 11월22일 87세를 일기로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國家葬) 당시 모습. 연합뉴스

지금으로부터 꼭 46년 전인 1979년 10월4일 제1야당인 신민당 총재 YS가 국회의원직에서 제명됐다. 여당인 공화당과 그 우당(友黨)인 유신정우회가 야당의 반발에도 표결을 강행 처리한 결과였다. 그로부터 정확히 22일 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하는 10·26 사태가 일어나 유신 정권이 종말을 고했으니, YS 제명 조치는 독재자 스스로 자기 수명을 단축한 악재 중의 악재였다고 하겠다. 당시 YS가 국회를 떠나며 남긴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라는 말은 오늘까지도 명언으로 회자된다. 마침 오는 11월22일은 YS의 10주기 기일이다. 의원들은 YS의 민주화 여정을 존중하는 뜻에서라도 ‘제명’이란 말 함부로 꺼내지 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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