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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우유, 없어서 못 판다고요?”

입력 : 2025-10-04 14:00:00 수정 : 2025-10-04 13:57:52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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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진열대, 전시장 된 이유…외국인 사로잡은 ‘K-푸드’ 쇼핑 열풍

추석 연휴 직전, 인천국제공항 편의점 진열대가 순식간에 비어버렸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보냉백에 바나나맛우유를 10~20개씩 쓸어 담는 장면이 연일 목격된다. 단순한 음료를 넘어 ‘한국 여행의 기념품’이 된 것이다.

 

바나나맛우유가 편의점 매대를 가득 채운 모습. SNS 캡처

‘달항아리 모양 용기’로 친숙한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는 드라마·영화 속 단골 소품으로 등장하며 ‘K-푸드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바나나맛우유, “한국 왔다”의 증표

 

웨이보·틱톡 등 중국 SNS에서는 “한국 가면 꼭 사야 할 버킷리스트 품목”으로 꼽히며 외국인들의 필수 쇼핑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실적은 수치로 증명된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U의 올해 1~8월 외국인 간편결제(알리페이·위챗페이 등) 매출 1위는 바나나맛우유였다.

 

하루 평균 판매량이 80만개에 달해 빙그레 전체 매출의 20%를 책임지는 ‘효자 상품’이다.

 

빙그레는 ‘무비자 특수’를 선점하기 위해 공항·명동·강남 등 중국인 밀집 상권에 전용 코너를 마련하고, 올해만 신규 매대를 10곳 이상 확충했다. 내달에는 외국인을 겨냥해 영문 라벨 버전도 선보인다.

 

◆K-콘텐츠와 식품의 만남, ‘케데헌 라면’

 

넷플릭스 인기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열풍은 식품업계로 번졌다.

 

농심은 케데헌 캐릭터와 협업한 라면·스낵 시리즈를 출시했다. 명동과 한강 선착장 등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 밀집 지역에 ‘너구리 라면가게’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관광객들은 현장에서 체험형 이벤트를 즐긴 뒤 “한국에서만 살 수 있다”는 희소성에 열광하며 라면을 묶음 단위로 구매한다.

 

일부 점포에서는 출시 직후 품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SNS에는 ‘케데헌 라면 인증샷’이 쏟아지고, 웃돈을 얹어서라도 구하려는 글도 올라왔다.

 

◆“한국판 도쿄바나나” 비쵸비의 약진

 

오리온의 디저트 브랜드 ‘비쵸비’도 일본·동남아 관광객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서울역 롯데마트 등 외국인 특화 점포에서는 ‘비쵸비 대한민국’ 단독 패키지가 과자 카테고리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명동·홍대 매장에서는 꾸준히 ‘완판’을 이어가며 “한국의 도쿄바나나”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외국인들은 과자뿐 아니라 김, 아몬드, 젤리류까지 대량 구매하면서 편의점·대형마트의 매출 증가를 이끌고 있다.

 

◆기념품이 된 편의점 음료·과자…내수 시장 안에서의 ‘글로벌 소비’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상품의 기념품화’로 정의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에게 바나나맛우유는 단순한 음료가 아닌 한국 여행을 증명하는 체험의 일부다. 한 병이 여행의 추억과 결합된 상징이 되는 셈”이라며 “K-콘텐츠는 상품에 감정을 입힌다. 맛 때문이 아니라 좋아하는 캐릭터와 장면이 연결되기에 더 사고 싶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항 편의점 진열대는 더 이상 생활 소비재 공간이 아니다. 국가 브랜드를 전시하는 쇼케이스로 변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만 살 수 있다’는 희소성과 K-콘텐츠의 팬덤이 결합하면, 소비자는 기념품·수집품처럼 구매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자료사진

그러면서 “라면이 저렴한 한 끼에서 프리미엄 기념품으로 변한 건 소비자 인식의 전환을 보여준다”며 “비쵸비는 한국판 도쿄바나나로 자리 잡는 중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자발적으로 ‘필수 쇼핑템’으로 인식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빙그레, 농심, 오리온 등 주요 유통업체들은 외국인 전용 매대와 패키지를 준비하며 단순 수출을 넘어 ‘내수 시장에서의 해외 소비’를 겨냥한 전략으로 전환 중이다.

 

전문가들은 “SNS 바이럴이 여행 전 소비 계획을 좌우하는 시대”라며 “오프라인 판매가 온라인 입소문에 의해 견인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결국 편의점은 이제 생활 편의 공간을 넘어 ‘한국을 보여주는 전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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