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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통령, 수백년 탐낸 독일 땅 찾아 “통일 35주년 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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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04 10:06:03 수정 : 2025-10-04 10:06:03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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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佛 국경 도시 자르브뤼켄에서 기념 행사 열려
프랑스가 영유권 추구한 자를란트州의 중심 도시
1957년 독일 영구 귀속 후 양국 ‘화해의 상징’ 돼

프랑스와의 접경 지역에 있는 독일 자를란트주(州)는 두 나라가 수백년 동안 영유권을 놓고 다툰 지역이다. 양국 모두 그곳에 매장된 막대한 양의 석탄과 철광석에 눈독을 들였기 때문이다. 한때 독일·프랑스를 ‘유럽의 앙숙’으로 만든 바로 그 땅 위에서 독일 통일 3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프랑스의 축하 속에 성대하게 열렸다.

 

독일 통일 이후 이제 유럽의 미래는 프랑스와 독일의 협력에 달려 있다는 점을 유럽연합(EU)은 물론 국제사회에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3일(현지시간) 독일 통일 35주년을 맞아 독일·프랑스 국경 도시 자르브뤼켄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 자르브뤼켄 시청에서 마련한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그 부인이 곁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로이터,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독일 자를란트주 자르브뤼켄에서 독일·프랑스 양국 정부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독일 통일 35주년 기념식이 개최됐다. 인구 약 18만명의 자르브뤼켄은 자를란트의 주도이자 프랑스와의 접경 도시로 낭시, 메스 등 프랑스 도시들과 가깝다.

 

이날 기념식에 독일 측은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 부부,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 부부, 슈테판 하바트 연방헌법재판소장, 율리아 클뢰크너 하원의장 등 연방정부를 대표하는 핵심 인사가 총출동했다. 이웃나라 프랑스에서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부부가 참석해 독일의 경사스러운 날을 함께 축하했다.

 

메르츠 총리는 “독일은 통일 후 35년간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며 “이제 우리는 자신감과 활기로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옛 동독 주민은 물론 프랑스 국민을 향해 “우리나라(독일)의 새로운 통합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자”고 제안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냉전이 끝난 유럽에서 이민과 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새로운 독재 세력이 기승을 부리는 현실을 꼬집으며 “문화, 음악, 문학, 대화, 토론, 무엇보다 과학의 힘으로 증오와 분노를 이겨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3일(현지시간) 독일 통일 35주년을 맞아 독일·프랑스 국경 도시 자르브뤼켄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그곳에 있는 자를란트 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뒤 내외빈의 박수를 받으며 학위 증서를 펼쳐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의 나치 정권이 1945년 5월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을 한 직후 ‘전범국’의 멍에를 짊어지고 미국·영국·프랑스·소련(현 러시아) 4대 전승국에 의해 국토가 분할 점령을 당했다. 이후 미국·영국·프랑스 점령지는 하나로 합쳐져 1949년 독일연방공화국(서독)을 수립했으나, 소련 점령지는 여기에 합류하지 않고 독일민주공화국(동독)이란 별개의 나라가 되었다. 동서 냉전 시절 자유주의 진영의 서독과 공산주의 진영의 동독은 체제 대결의 첨병 노릇을 했다.

 

1980년대 후반 소련에 미하일 고르바초프(노벨평화상 수상·2022년 별세) 정권이 들어서 ‘개혁’과 ‘개방’을 주창하며 냉전이 종식될 기미가 엿보였다. 마침내 1989년 동·서독 분단의 상징과도 같았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동베를린을 비롯한 동독 주민들은 “서독과의 신속한 통합”을 촉구했다. 이듬해인 1990년 10월3일 2차대전 전승국인 미국·영국·프랑스·소련의 승인 아래 독일 통일이 완성됐다.

 

3일(현지시간) 독일 통일 35주년을 맞아 독일·프랑스 국경 도시 자르브뤼켄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서로 팔을 붙잡으며 축하의 뜻을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독일과 프랑스는 자를란트 영유권을 놓고 수백년 동안 다퉜다. 나폴레옹 황제의 프랑스가 강성했던 시기에 프랑스 땅이 되기도 했으나 1810년대 나폴레옹의 몰락과 더불어 독일 소유로 되돌아갔다. 제1차 세계대전과 2차대전 당시 매번 전승국이었던 프랑스는 자를란트를 독일에서 분리시켜  프랑스 관할권에 속한 지역으로 만들고자 시도했다. 특히 2차대전 후에는 ‘자르 프랑화(貨)’라는 화폐까지 만들어 프랑스 경제권에 편입하고자 했다. 하지만 1935년 및 1955년 실시된 주민 투표는 둘 다 ‘독일의 일부가 되길 원한다’라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1957월 1월1일을 기해 자를란트는 독일에 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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