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길거리를 걷다 보면 노랗게 물든 가로수 사이로 밤처럼 생긴 갈색 열매가 도란도란 떨어져 있는 풍경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열매가 모두 식용 밤은 아니다. 겉모습이 비슷해 착각하기 쉽지만, 잘못 먹을 경우 건강을 크게 해칠 수 있는 ‘마로니에 열매(가시칠엽수)’일 수 있다.
◆도시 곳곳에 심어진 ‘독성 열매’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마로니에(가시칠엽수)는 유럽 원산의 낙엽 활엽수로, 국내에서도 가로수와 조경수로 흔히 식재된다.
서울과 경기, 전북 등 일부 지자체는 수백 그루의 마로니에를 공원과 도로변에 심어 관리하고 있다.
매년 가을이면 낙엽과 함께 열매가 떨어지며, 겉모습이 식용 밤과 흡사해 행인들의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각 지자체는 매년 “마로니에 열매는 독성이 있어 절대 먹지 말라”는 안내문을 배포한다. 여전히 열매를 주워 먹었다가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왜 위험한가?
마로니에 열매에는 사포닌, 글루코사이드, 타닌 등이 다량 함유돼 있다.
이를 삶거나 구워도 독성이 사라지지 않으며, 섭취 시 △발열 △구토 △설사 △위경련 △호흡곤란 △현기증 등 심각한 위장 장애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일부 사례에서는 응급실에서 위세척을 받는 일도 있었다.
◆밤과 마로니에, 어떻게 구별할까?
밤은 꼭짓점이 뾰족하지만, 마로니에 열매는 둥글고 끝이 뭉툭하다. 밤은 길고 날카로운 가시가 빽빽이 나 있지만, 마로니에는 짧은 원뿔형 가시가 드문드문 있다. 마로니에의 하단 흰 부분은 불규칙하며 밤보다 거칠다.
전문가들은 “조금만 주의 깊게 살피면 충분히 구별할 수 있다”며 “아이들이 호기심에 열매를 집어 먹지 않도록 보호자의 각별한 지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마로니에 열매는 외관상 밤과 비슷하지만 인체에 해로운 독성이 있다”며 “식용 여부가 불확실한 열매는 절대 먹지 않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섭취 직후 구토, 어지럼증,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하지 말고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며 “지자체에서도 매년 안내문을 배포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발견한 열매는 절대 주워 먹지 말고 주변에도 주의를 당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지만, 자연에서 얻은 모든 열매가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원과 도로변의 마로니에 열매처럼 독성이 있는 식물은 외관상 친숙하더라도 위험하다.
전문가들은 “자연 열매는 함부로 먹지 말고, 특히 아이들과 산책할 때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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