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생이 없으면 형이 더 넣으면 되지’
프로농구 부산 KCC는 지난 봄, FA 이적시장의 승자였다. FA 최대어로 꼽힌 허훈을 품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허훈-허웅 형제의 백코트에 최준용-송교창의 프런트코트까지 스타팅 멤버 4명 모두가 슈퍼스타급 선수로 채워졌다. 그러나 허훈이 종아리 부상으로 개막전 출전이 불발됐지만, 동생의 공백까지 메워주려는 허웅이 3점슛 3개(3/4) 포함 76.9%의 야투율(10/13)로 29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의 ‘원맨쇼’를 펼치며 2025∼2026시즌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KCC는 3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서 서울 삼성을 89-82로 이겼다.

이날 경기는 KCC의 신임 사령탑인 이상민 감독의 재데뷔전이기도 했다. 이 감독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삼성 사령탑으로 재임하며 감독 커리어를 이어왔다. 삼성을 떠난 뒤 KCC 코치로 온 이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지휘봉을 새로 잡았고, 친정팀과 치른 감독 재데뷔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경기 뒤 이 감독은 “첫 경기였으나 선수들이 원하는 것을 해줬다. 3점 슛을 많이 내주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역전도 허용했지만,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았다. 하나하나 따라가며 천천히 해보자고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자평했다.
슈퍼팀이라고 불리는 KCC지만, 이날 경기는 그리 잘 풀리지는 않았다. 3쿼터에만 3점포 7개를 터뜨리며 반격한 삼성과 후반엔 엎치락뒤치락하기도 했으나 결국 버텨내며 승리를 따냈다. 이 감독은 “점수 차가 벌어지면서 팀플레이가 안 되고 실책도 나왔다. 삼성의 앤드류 니콜슨에게는 점수를 주더라도 다른 선수에게는 주지 말자는 것처럼 약속했던 플레이가 이행되지 않아 추격당했다. 외곽 슛을 많이 허용했지만, 높이와 스피드에서는 밀리지 않았다”고 되짚었다.

KCC 감독으로서의 첫 경기를 공교롭게도 삼성을 상대로 치른 이 감독은 “묘했다”고 기분을 전하기도 했다. KCC에서 선수 시절 등 번호 11번이 영구 결번이 될 정도로 맹활약했고 코치, 감독으로도 인연을 이어가는 이 감독은 삼성에서도 선수, 코치, 감독으로 모두 활동한 바 있다. “KCC 코치로 이곳에 왔을 때와 오늘 느낌이 달랐는데, 경기 시작하고 나서는 다 잊었다”는 이 감독은 “상대 팀이지만, 제가 10년 넘게 있었던 삼성이 이번 시즌에는 ‘봄 농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선전을 빌었다.

이날 승리의 주역 허웅은 “개막전에서 이겨서 기분이 좋다. 내일바로 또 (수원 kt와) 경기가 있는데, 열심히 준비해 승리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허훈까지 온다면 더 편하게 농구할 수 있을 것 같다. 허훈이 빨리 와서 좀 쉬었으면 좋겠다”며 한 팀에서 뛰게 된 동생의 복귀를 바랐다. 15점 8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다재다능함을 뽐낸 최준용은 “시범경기 한두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고, 누가 잘하고 못한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는데, 그건 저희가 받아들여야 하는 책임감”이라면서 “오늘처럼 증명하면 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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