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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왕’ 루이 14세가 사랑한 뉘 생 조르주 피노누아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25-10-03 13:17:52 수정 : 2025-10-03 13:17:51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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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왕정 상징 ‘태양왕’ 루이 14세 말년 여러 질환 시달려/주치의 식이치료 약으로 부르고뉴 뉘 생 조르주 마을 피노누아 처방/에두아르 들로네 1853년부터 5대째 빼어난 뉘 생 조르주 생산

 

에두아르 들로네 뉘 생 조르주 르 빌리지 비에으 비뉴. 최현태 기자

‘태양왕’ 루이 14세(1643–1715). 4살에 즉위해 76살에 사망한 그는 유럽 역사상 가장 긴 72년 동안 프랑스를 통치해 절대왕정의 상징으로 꼽힙니다. “짐이 곧 국가다(L’État, c’est moi)” 라는 그의 말은 너무나도 유명합니다. 베르사이유 궁도 그의 작품입니다. 그는 아버지 루이 13세가 사냥용 별장으로 지은 작은 목조 건물을 대대적으로 확장해 지금의 베르사이유궁을 만듭니다. 루이14세는 이곳에 귀족들을 불러 모아 감시하고 통제하는 방법으로 핵심 귀족과 의회의 권력을 약화시키고 왕권을 중앙에 집중시켜 절대왕정의 전형을 만듭니다. 

 

프랑스 화가 야상트 리고(Hyacinthe Rigaud)가 1701년에 그린 루이15세 초상화 작품.
에두아르 들로네 뉘 생 조르주 프리미에 크뤼 레 생 조르주. 최현태 기자

하지만 이런 태양왕도 말년에 소화기계, 통풍, 혈액순환 장애 등 여러 질환에 시달렸습니다. 그런 태양왕을 치료하기 주치의 기 크레상 파공(Guy-Crescent Fagon)은 여러 차례 식이요법을 처방했는데 와인도 포함됩니다. 바로 부르고뉴 꼬뜨 드 뉘(Côte de Nuits)의 빌라쥐급 피노누아 뉘 생 조르주(Nuits Saint Georges) 와인입니다. 왕실에 공식적으로 뉘 생 조르주 와인이 납품되면서 한동안 이 마을 와인은 ‘치유의 와인’으로 귀족 사회에서 큰 명성을 얻게 됩니다. 뉘 생 조르주의 터줏대감은 1853년 이 마을에 와이너리를 설립, 5대째 빼어난 와인을 선보이는 에두아르 들로네(Edouard Delaunay). ‘루이 14세의 와인’을 만나러 에두아르도 들로네가 자리 잡은 뉘 생 조르주의 아름다운  샤토 드 샤르몽(Chateau de Charmont)으로 떠납니다.

 

부르고뉴 와인 산지. BIVB
부르고뉴 와인 산지. BIVB

◆꼬뜨 드 뉘 유래

 

부르고뉴 꼬뜨 드 뉘의 대표 빌라주급 산지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좁고 긴 언덕을 따라 약 20km 가량 이어집니다. 북쪽 관문인 마르사네(Marsannay)를 시작으로 픽상(Fixin), 쥬브레 상베르탱(Gevrey Chambertin), 모레 생 드니(Morey Saint Denis), 샹볼 뮈지니(Chambolle-Musigny), 부조(Vougeot), 본 로마네(Vosne Romanee)가 차례로 등장하고 남단 끝자락에 있는 마을이 뉘 생 조르즈(Nuits Saint Georges)입니다. 쥬브레 샹베르탱에는 그랑크뤼 밭이 7개로 가장 많고 본 로마네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랑크뤼 로마네 꽁띠가 생산됩니다. 반면 마르사네, 픽상, 뉘 생 조르주는 그랑크뤼 포도밭은 단 한 개도 없습니다. 뉘 생 조르주는 프리미에 크뤼만 41개입니다. 이 때문은 뉘 생 조르주는 지금도 쥬브레 상베르탱 등 크랑크뤼 포도밭을 소유한 마을의 명성에 가려져 있습니다.  그런 뉘 생 조르주가 어떻게 루이14세를 사로 잡았을까요. 

 

부르고뉴 꼬뜨 도르. 에두아르 들로네.

뛰어난 와인이 생산돼 ‘황금의 언덕’이란 뜻을 지닌 부르고뉴 꼬뜨 도르(Côte d’Or)는 북쪽 꼬뜨 드 뉘(Côte de Nuits)와 꼬뜨 드 본(Côte de Beaune)으로 나뉘는데 꼬뜨 드 뉘가 바로 뉘 생 조르주에서 유래됐습니다. 더구나 루이 14세 시대에 치료약으로 처방됐을 정도니 당시에는 뉘 생 조르주가 부르고뉴를 대표하는 마을이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한국을 찾은  에두아르 들로네의 5대 손이자 오너 겸 와인메이커 로랑 들로네(Laurent Delaunay)를 만나 루이 14세가 사랑한 뉘 생 조르주 와인의 매력을 따라 갑니다. 그는 현재 부르고뉴 와인 인터프로패셔널 위원회인 BIVB(Bureau Interprofessionnel des Vins de Bourgogne)의 회장도 맡고 있습니다. 에두아르 들로네 와인은 서울와인앤스피릿(SWS)이 수입합니다.

 

에두아르 들로네 뉘 생 조르주 와이너리 Chateau de Charmont. 홈페이지
Chateau de Charmont. 홈페이지

◆뉘 생 조르주 캐릭터

 

뉘 생 조르주 피노누아는 꼬뜨 드 뉘에서 가장 남단이라 전반적으로 풍부한 아로마와 깊이 있는 구조감을 지녔습니다. 이에 꼬뜨 드 뉘에서 가장 남성적인 피노누아로 불립니다. 영할때는 블랙체리, 블랙베리의 검은 과일향과 감초, 후추 등 향신료의 스파이스 향이 주를 이루고 숙성되면 삼나무, 트러플, 가죽, 흙 같은 3차향으로 발전합니다. 다만,  뉘 생 조르주 북쪽은 본 로마네와 가까운 저지대, 남쪽은 꼬뜨 드 본으로 이어지는 프레모-프리세이(Prémeaux-Prissey)와 연결돼  북쪽과 남쪽의 스타일이 조금 다릅니다. 

 

뉘 생 조르주 포도밭 전경. 홈페이지
피노누아. 홈페이지

점토질이 깊고 두터운 북쪽은 본 로마네를 닮아 꽃향기, 섬세한 탄닌, 구조감이 돋보입니다. 프리미에 크뤼(1er Cru) 레 다모드(Les Damodes), 레 부도(Les Boudots) 등이 대표 포도밭입니다. 채석장이 많을 정도로 자갈이 더 많은 남쪽은  미네랄이 뛰어나고 검은 과일, 향신료, 가죽향이 도드라지며 숙성 잠재력도 탁월합니다. 레 생 조르주(Les Saint-Georges), 레 보크랭(Les Vaucrains) 포도밭이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레 생 조르주는 20년 이상 장기 숙성이 가능하며 최근 그랑크뤼 승격 여부가 논의될 정도로 뛰어난 품질을 자랑합니다. 이런 차이 때문에 뉘 생 조르주는 ‘두 얼굴을 가진 마을’로 불립니다. 토양은 석회암이 섞인 클레이 토양이며 남쪽으로 갈수록 자갈이 섞인 클레이 토양이 두꺼워 집니다.

 

Edme Delaunay가 공인 와인 중개인에 임명됐다는 내용이 담긴 1771년 프랑스 왕 루이15세 칙령.  홈페이지
1930년 네고시앙 에두아르 들로네 & 세 피스 거래 문서. 홈페이지

◆왕실 공인 와인전문가 활약

 

에두아르 들로네는 1893년 설립됐지만 들로네 가문은 이미 1700년대부터 와인 사업을 활발하게 펼쳤습니다. 가문이 소장한 문서에는 ‘1771년 프랑스 왕 루이15세의 칙령으로 에드므 들로네(Edme Delaunay)가 공인 와인 중개인에 임명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따라서 이미 이때부터 들로네 가문이 왕실 공인 와인전문가로 활동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또 1930년 부르고뉴 디종(Dijon)에 본사를 뒀던 네고시앙 에두아르 들로네& 세 피스(Édouard Delaunay & Ses Fils)가 작성한 손 편지 형식 거래 문서에는 ‘1924~1927년 빈티지 에세조 그랑크뤼 500병을 보낸다’는 내용 등이 적혀있습니다. 이처럼 에두아르 들로네는 오래전부터 뉘 생 조르주는 물론 본 로마네 등 부르고뉴 다양한 유명 마을에서 와인을 생산했습니다.    

 

에두아르 들로네(두 번째줄 오른쪽 첫번째) 가족. 홈페이지
1930년대 철도 광고에 등장한 에두아르 들로네 포마르 1929 빈티지. 홈페이지

루아르 낭트와 앙주에서 와인을 거래하던 에두아르 들로네는 1893년 뉘 생 조르주에 와이너리를 세우고 본격적인 부르고뉴 와인 생산에 돌입합니다. 1916년부터  유명한 오스피스 드 본(Hospices de Beaune) 와인 경매에 참여해 이를 널리 알립니다. 그의 아들 장(Jean)과 마르셀(Marcel)은 1920년대부터 프랑스는 물론 유럽, 미주, 아프리카, 극동 아시아의 최고급 레스토랑과 명성 높은 와인샵에 와인을 공급하며 사업을 전세계로 확장합니다. 또 프렌치 라인,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에어프랑스 등 주요 여행사와 항공사들이 에두아르 들로네를 앞다퉈 와인 공급 업체로 선정합니다.

 

에두아르 들로네 아들 장과 마르셀 가족. 홈페이지

 

 

디종에서 생산된 에두아르 들로네 뫼르소 1943, 라 타슈 1929 샤샤뉴 몽라셰. 홈페이지

이런 명성 덕분에 로마 네 꽁띠를 생산하는 도멘 드라 로마네 꽁띠(Domaine de la Romanée-Conti)와 본 로마네의 그랑크뤼 포로밭 라 로마네(La Romanée)를 단독 소유한 도멘 리제 벨레르(Liger-Belair) 등도 와인 유통을 에두아르 들로네에 맡깁니다. 또 1934년 창립된 부르고뉴 와인 기사단 ‘꽁프레리 데 슈발리에 뒤 따스트뱅(Confrérie des Chevaliers du Tastevin)’의 창립 멤버로도 활약합니다. 따스트뱅 기사단은 부르고뉴 와인의 전통, 품질, 문화를 수호하고 세계에 널리 알리는 단체입니다. 또 1954년 현재 와이너리 건물로 쓰이는 샤르몽 성(Château de Charmont)을 구입하면서 뉘 생 조르주에 더 깊게 뿌리 내립니다.  에두아르 들로네는 이후 스웨덴, 독일, 영국, 캐나다, 미국, 아시아 등으로 수출을 확대했고 주요 항공사들의 프리미엄 와인 공급업체로 명성을 누립니다. 

 

에두아르 들로네 셀러 전경. 홈페이지
로랑 들로네(Laurent Delaunay)와 아내 카트린(Catherine). 홈페이지

◆가문 이름 되찾다

 

하지만 거침없이 잘 나가던 와이너리는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경영난을 겪다 결국 1990년대 초 대형 네고시앙에 매각되고 맙니다. 와이너리를 되찾은 이가 현재 5세대 오너이나 와인메이커  로랑 들로네(Laurent Delaunay)와 아내 카트린(Catherine)입니다. 가문의 와이너리가 매각 되기전인 1989년부터 가문의 와인 사업에 뛰어들었던 로랑 들로네는 매각 뒤 1995~2017년 프랑스 남부 와인산지 랑그독에서 네고시앙을 만들어 여러 브랜드로 큰 성공을 거뒀고, 이를 바탕으로 2017년 와이너리를 다시 사들의 가문의 이름을 되찾게 됩니다.  두 사람 모두 전문 양조학자(oenologist)입니다.

 

한국을 찾은 5대손 로랑 들로네. 최현태 기자

“우리는 프랑스 남부 랑그독으로 가서 정말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둘이서만 아주 소규모로 와인 양조를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랑그독에서 우리의 시도는 아주 잘 됐고 몇 년 후에는 그 지역에서 가장 큰 생산자 중 하나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 곳곳에 판매되는 여러 브랜드를 만들었고, 사업적으로도 꽤 성공적이었죠. 그런데 제 오랜 꿈, 속으로 품고 있던 비밀스러운 꿈은 언젠가 부르고뉴에 있는 가문의 와이너리를 다시 사들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에 마침내 그 꿈을 이뤘습니다. 와이너리는 25년 동안 가문의 밖에 있다 다시 우리 가문으로 돌아왔습니다. 2017년 최종계약서에 서명하고, 와이너리를 가족의 품으로 다시 데려왔던 그때는 정말 감격스럽고 벅찬 순간이었습니다.”

 

로랑 들로네. 홈페이지

로랑 들로네는 2017년에 와이너리를 되찾았을 때 에두아르 들로네를 부르고뉴 최고 수준의 명문 와이너리 반열에 다시 올려놓겠다고 결심합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부르고뉴의 최고급 와인의 수준은 매우 높기 때문이었죠. “저의 목표는 아주 야심차고, 어쩌면 조금은 건방져 보일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정말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저는 지금 함께 일하는 훌륭한 동료 팀이 있어서 매우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제 가장 친한 친구들 대부분이 부르고뉴의 와인 생산자들이고, 사촌, 형제, 누나, 여동생 등 가족의 상당수가 부르고뉴에서 생산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즉, 저는 부르고뉴의 사람들과 환경에 익숙했고, 덕분에 빠르게 와인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었답니다.”

 

에두아르 들로네 와인. 최현태 기자

그의 노력 덕분에 에두아르 들로네는 불과 8년 만에 부르고뉴 최고의 생산자 반열에 오릅니다. 매년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IWC(International Wine Challenge)에서 올해의 와인 메이커(Winemaker of the Year) 상을 4차례 수상합니다. 특히 2024년 대회때는 에두아르 들로네 샹브르탱 샤름(Charmes-Chambertin) 그랑 크뤼 2021이 98점을 받으면서 대회 전체 챔피언 레드 와인(Champion Red Wine)에 선정됩니다. 또 유수의 평론가, 와인 저널리스트, 와인 전문 매거진에서 700건 이상의 평가를 받았는데, 모두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을 받는 등 부르고뉴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생산자로 유명해집니다.

 

로랑 들로네. 홈페이지

“제가 올해 60세 생일을 맞았는데, 지금도 제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칩니다. 이 일은 정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직업 중 하나예요. 모든 것은 자연, 포도밭에서 시작됩니다. 테루아를 이해하고, 그 지역의 특성을 파악해 와인에 담아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와인은 본질적으로 함께 나누기 위해 존재합니다. 저는 혼자서 와인을 마시며 즐기는 게 전혀 불가능해요. 언제나 누군가와 나눠야 한다고 느낍니다. 그건 와인이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음료이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와인이 이렇게 큰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에두아르 들로네 뉘 생 조르주 프리미에 크뤼 레 생 조르주. 최현태 기자

▶에두아르 들로네 ‘레 생 조르주’

 

에두아르 들로네 뉘 생 조르주 프리미에 크뤼 레 생 조르주(Les Saints-Georges) 에두아르 들로네를 대표하는 뉘 생 조르주 와인입니다. 블러드 오렌지 같은 감귤류향으로 시작해 유칼립투스의 허브향, 말린 풀, 후추와 정향의 향신료가 더해지고 온도가 오르면 구운 빵 같은 토스트 뉘앙스가 섬세하고 신선하게 이어집니다. 실크처럼 부드러운 탄닌이 매력적이며 레드커런트, 체리나무 껍질, 소나무향 여운이 길게 이어집니다. 그랑크뤼 승격이 검토중인 레 생 조르주는 남쪽 경사지 하단의 포도밭으로 점토와 자갈이 섞인 토양이 깊이감, 숙성 잠재력, 특유의 미네랄리티를 선사합니다. 16개월동안 오크(새오크30%에서 숙성합니다. 

 

에두아르 들로네 뉘 생 조르주 르 빌라쥐 비에으 비뉴. 최현태 기자

▶에두아르 들로네 르 빌쥐 비에으 비뉴

 

에두아르 들로네 뉘 생 조르주 르 빌라쥐 비에으 비뉴(Le Village Vieilles Vignes)는 올드바인으로 만듭니다. 스트로베리, 붉은체리, 블루베리, 붉은자두, 석류로 시작해 화사한 장미꽃잎향이 피어나고 감초, 정향, 진저 브레드, 시나몬의 향신료, 오크 숙성이 주는  스파이스한 노트가 더해집니다. 숙성되면 숲속 흙, 말린 과일, 버섯, 커피 등 3차향의 복합미가 풍성하게 살아납니다. 13개월 오크통(새오크 20%)에 숙성합니다. 프리미에 크뤼 포도밭은 아니지만 올드 바인 덕분에 프리미에 크뤼 못지 않은 깊이감을 선사합니다.

 

에두아르 들로네 끌로 드 부조. 최현태 기자

▶에두아르 들로네 끌로 드 부조

 

에두아르 들로네 그랑크뤼 끌로 드 부조(Grand Cru Clos de Vougeot)는 신선하면서 강렬한 향이 인상적입니다. 블랙베리, 블랙체리와 야생에서 나는 블루베리 같은 푸른 과일향, 보이젠베리(boysenberry) 중심의 진한 과일 향으로 시작해 신선한 헤이즐넛 같은 오크향이 더해지고 솔티하고 스모키한 돌의 미네랄도 잘 느껴집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유칼립투스·타임·로즈마리·라벤더·관목이 섞인 남프랑스 가리그(garrigue) 허브와 담배, 머스크, 젖은 숲속의 낙엽과 이끼향이 피어나 복합미를 더합니다. 부조는 대부분의 포도밭이 그랑크뤼인 끌로 드 부조로 이뤄져 있어 사실상 부조는 끌로 드 부조와 동일시됩니다. 약 50.96ha 로 부르고뉴 그랑크뤼 포도밭 중에서 면적이 가장 큽니다. 수십 명의 생산자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도멘의 실력이 스타일과 품질을 좌우하는 대표적인 그랑크뤼 포도밭입니다.

 

에두아르 들로네 뫼르소 프리미에 크뤼 샤흐므. 최현태 기자

▶에두아르 들로네 뫼르소 빌리지

 

에두아르 들로네 뫼르소 프리미에 크뤼 샤흐므(Meursault 1er Cru Charmes)는 싱그러운 봄을 닮은 가볍고 섬세한 크로커스, 관능적인 수선화, 데이지의 꽃향과 아몬드, 헤이즐넛, 건초의 식물적 뉘앙스가 잘 어우러집니다. 입에서는 레몬버베나, 바질, 흰후추, 구즈베리, 금귤이 느껴지고 적당한 오크향이 복합미를 더합니다. 에두아르 들로네 뫼르소는 풍부함과 숙성미, 신선함과 우아함을 절묘하게 버무린 매력이 뛰어납니다. 뫼르소 마을 4곳의 포도를 섞어 뫼르소 떼루아의 캐릭터를 잘 보여줍니다. 젖산발효와 포도즙을 저어주는 바토나주(bâtonnage)를 통해 질감을 더 풍부하게 만듭니다. 14개월 오크(새오크 20%) 숙성합니다.  샤흐므(Charmes)는 뫼르소 마을 남쪽에 위치한 가장 유명한 프리미에 크뤼 밭중 하나로 뫼르소 스타일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 포도밭입니다. 얕은 점토 위 석회암 기반 토양은 배수가 탁월하며 미네랄리티 표현이 뛰어납니다. 특히 평균 포도 수령은 40~50년대의 올드바인이 많아, 복합적인 풍미와 깊이를 보여줍니다.

 

에두아르 들로네 셉템브르 부르고뉴 샤르도네. 최현태 기자

▶에두아르 들로네 셉템브르 샤르도네 

 

에두아르 들로네 셉템브르 부르고뉴 샤르도네(Septembre Bourgogne Chardonnay)는 기본급 샤르도네입니다. 레몬, 오렌지 블라섬, 노란 사과, 배, 미라벨의 신선한 과일향, 헤이즐넛 노트, 화이트 초콜릿 힌트가 기분 좋게 어우러집니다.  꼬뜨 드 본과 마꽁을 위주로 부르고뉴 전역의 포도를 섞어서 만드는 부르고뉴 입문자용 피노누아로 뛰어난 가성비를 보여줍니다. ‘Septembre’는 프랑스어로 9월이라는 뜻으로 부르고뉴에서 샤르도네 수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달을 상징합니다. 포도의 신선함과 순수한 과실미를 강조해 만든 와인이라는 뜻을 잘 담았습니다.

 

에두아르 들로네 라 타쉬(가운데) 최현태 기자

▶에두아르 들로네 그랑 칼케르 샤블리

 

에두아르 들로네 그랑 칼케르 샤블리(Grand Calcaire Chablis)는 레몬, 라임, 풋사과, 흰복숭아, 배의 신선한 과일향으로 시작해 금잔화, 데이지 등 싱그러운 봄꽃향, 건초, 생강의 향신료, 아몬드향이 더해지고 입에서는 젖은 돌과 분필, 솔티한 미네랄도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와인 이름 칼케르(Calcaire)는 석회질이라는 뜻으로 떼루아를 잘 담았습니다. 풍부한 과실미와 샤블리 특유의 석회질 미네랄이 조화를 잘  이루는 스타일입니다. 주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해 산미와 미네랄리티를 보존합니다. 6~10개월 정도 스틸탱크에서 숙성하고 일부는 오래된 오크통에서 숙성해 질감을 보강합니다. 이 와인은 로랑 들로네가 그의 사촌인 도미니끄 그뤼이에(Dominique Gruhier)와 합작 프로젝트로 만든 와인입니다. 도미니끄 그뤼이에는 샤블리에서 수십년 경력을 지닌 포도 재배자이자 와인메이커로 친환경 유기농으로 포도를 재배합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부르고뉴와인 마스터 프로그램,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2018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심사위원,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펙사 코리아 한국소믈리에대회 심사위원도 역임했습니다. 독일 ProWein, 이탈리아 Vinitaly 등 다양한 와인 엑스포를 취재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미국,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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