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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쉬하는 특검, 물밑 결속하는 검사들… 상복과 입장문에 담긴 ‘反검찰개혁’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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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03 11:00:00 수정 : 2025-10-03 23:47:15
박아름 기자 beaut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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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특검 검사들, 공판에 ‘상복’ 차림 등장
김건희 특검 검사들 ‘원대복귀 요청’ 이후 이틀만
‘검찰청 폐지 반발’ 목소리 커지나… 특검, 예의주시

‘검은 넥타이’는 신호였다. 김건희·내란·채해병 등 3대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 사이에서 정부의 검찰개혁을 향한 무언의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이들의 물밑 결속이 계속되면 특검 수사나 공판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관련 22차 공판에 내란 특검 파견 검사 7명이 일제히 검은색 정장과 넥타이를 착용하고 출석했다. 박억수 특별검사보(사법연수원 29기)와 이찬규 부장검사(34기)를 제외한 전원이 마치 상복을 연상케 하는 복장을 착용한 것이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뉴시스

이에 윤 전 대통령 측 배보윤 변호사는 법정에서 “지난 공판에서도 검사들이 검은 넥타이를 맸는데 이런 일이 두 번 연속 벌어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며 “현재 절차가 수사 기소 분리 원칙과 모순된다는 점을 항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들이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한 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해 항의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앞서 내란 특검 파견 검사 56명 중 일부가 지난달 해당 현안을 두고 자체 논의 테이블을 마련한 사실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이는 지난달 30일 김건희 특검팀(특검 민중기) 소속 파견 검사 40명이 일제히 검찰개혁에 항의한다는 차원에서 원대복귀를 요청한 입장문을 민 특검에게 제출한 직후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김건희 특검 소속 파견 검사들은 입장문에 “최근 수사·기소 분리라는 명분하에 정부조직법이 개정돼 검찰청이 해체되고, 검사의 중대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 기능이 상실됐으며, 수사 검사의 공소 유지 원칙적 금지 지침 등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와 모순되게 파견 검사들이 직접 수사·기소·공소 유지가 결합된 특검 업무를 계속 담당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적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뉴스1

이에 대해 각 특검 내 공보 담당자들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내란 특검 박지영 특검보는 전날 “검은 넥타이 착용 이유에 대해 별도로 확인한 바 없다”며 “검사들의 의사를 추론해서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김건희 특검 김형근 특검보도 지난달 30일 “검사들이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인 건 이해한다”면서도 “검사들은 수사 종료 이후에 복귀를 희망한다는 취지다. 특검은 수사가 한치의 흔들림 없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역량을 한 데 모아 운영할 예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검 검사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 응원과 지지의 메시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사의를 표명한 최인상 서울북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32기)는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검사의 의견표명은 항명인가”라며 “검찰이 개혁의 대상이지만, 개혁 과정에 아무런 의견 표명도 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특검 검사들을 향해 “집단적 항명성 행위”라고 비판한 여당에 대한 일침이다.

 

박영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도 “검사의 직무를 둘러싼 모순적 상황에서 검사들에게 그 양심에 반하는 수사 업무를 강요하는 건 그 자체로 강제노역과 같다”며 “공직자가 업무의 적법성과 정당성에 대한 이견을 표명하고 답변을 요구하는 건 정당한 권리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형사처벌’ 이렇게 겁박하면 최고 수준의 갑질”이라고 목소리를 보탰다.

 

강수산나 서울서부지검 부장검사(30기)도 “일선의 수사력 있는 정예 멤버들이 특검에 대규모로 차출돼 요즘 일선 검찰은 검사 부족으로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없다”며 “지금의 의견 제시를 개개 검사의 불만으로 폄훼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3·1 운동으로 독립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의미 없었다고 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특검 수사에도 일정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파견 검사들의 회의감이 쌓이고 있는 건 분명하다”라며 “당장 겉으로 드러난 행동은 어렵겠지만, 수사 집중도나 사기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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