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이다. 일 년 중 가장 풍요로운 계절에 찾아오는 추석에는 가족, 친지들이 모여 덕담과 안부를 주고받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는다. 특히 올해는 예년보다 긴 연휴에 과음이나 과식을 하기 쉬운데, 잦은 음주와 기름진 음식 섭취는 혈압 및 혈당 상승을 촉진하고 역류성 식도염 등 소화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긴 연휴, 과음 피하고 물 자주 마셔야
명절에는 역류성 식도염 예방에 신경써야 한다. 먼저 연휴에 식사 후 곧바로 누워 TV를 시청할 때가 많은데, 이때 음식물과 위액이 함께 역류할 수 있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이나 위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여 식도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잦은 음주와 기름진 음식 섭취, 야식 등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과음은 위산 분비를 촉진하고 괄약근을 이완시켜 역류 가능성을 높여 피해야 한다. 과음을 하면 구토 등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때 위액이 함께 올라와 식도를 손상시키고 역류성 식도염 위험이 증가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하루 적정 음주량은 남자 40g(소주 4잔) 미만, 여자 20g(소주 2잔) 미만이다. 음주 중에는 수분 부족을 방지하고 알코올의 체내 흡수를 지연시키기 위해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식후 약 30분 이내에 가슴쓰림, 목의 이물감, 목소리 변화, 속 울렁거림, 구역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역류성 식도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속쓰림과 신물 역류 같은 대표적인 증상은 단순 소화불량으로 오인되기 쉽지만 장기간 방치할 경우 만성 식도염이나 식도 협착, 식도암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생활 습관의 변화, 과식, 과로, 스트레스 등으로 역류성 식도염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1년 역류성 식도염 환자는 약 50만 명에 불과했지만, 2008년 200만 명을 넘으며 네 배 가까이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 2022년 역류성 식도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약 490만 명인데, 술자리가 늘어나는 명절이나 회식이 많은 연말 환자 수가 증가했다.
역류성 식도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가슴이 타는 듯한 속쓰림과 목이나 입안으로 신물이 올라오는 역류 증상이다. 이 외에도 만성 기침, 목 이물감, 쉰 목소리, 잦은 트림, 흉통 등 다양한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일부 환자는 심장질환이나 기관지질환으로 착각해 진료시기를 놓치기도 하며, 증상이 불규칙하거나 경미해 스스로 소화불량으로만 여기는 경우도 많다.
과음이나 과식이 초래하는 또 다른 소화기 질환은 급성 췌장염이다. 췌장염은 소화기관이자 내분비기관인 췌장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다양한 원인에 의해 급성 췌장염이 발생할 수 있지만 주된 요인은 음주다. 한꺼번에 많은 술을 마실 경우 췌장은 알코올을 대사하기 위해 췌장액을 더 과하게 분비한다. 이때 췌장액이 십이지장으로 다 배출되지 못하고 췌장으로 역류하며 췌장 세포를 손상시키는 급성 췌장염을 발생시킨다.
급성 췌장염은 참기 힘들 정도의 극심한 상복부 통증과 함께 오심과 구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누웠을 때는 통증이 심해지고 몸을 웅크리면 감소한다. 증상이 있으면 임상소견과 함께 피검사, CT 같은 영상소견을 종합해 진단하게 되는데 급성 췌장염은 금주, 금식, 수액, 진통제 등으로 호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급성 췌장염을 앓게 되면 췌장암의 주요인으로 작용하는 만성 췌장염으로 이환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 기름기 많은 전, 동그랑땡…조리법만 바꿔도 칼로리↓

명절 음식은 조리 방법을 조금만 바꿔도 칼로리를 확 줄일 수 있다. 명절 상에 빠지지 않는 전은 부침가루와 달걀을 입혀 기름에 지져내기 때문에 조리 과정에서 많은 양의 기름을 흡수하게 된다. 앉은 자리에서 여러 종류의 전을 먹다 보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급격히 상승하고 소화기계 부담을 준다.
전의 칼로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름 사용량을 줄이고, 에어프라이어나 오븐 조리법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전통적으로 돼지고기 중심이던 동그랑땡이나 산적은 두부나 새우, 닭가슴살 등 저지방 재료로 변형해 조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나물류는 볶는 방식보다 데치거나 무침 위주로 조리하면 기름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손상된 간세포 재생에 도움을 주는 단백질 안주와 알코올 분해에 이로운 과일, 채소 등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과도한 양의 음식 섭취는 소화기관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식사량을 조절하고, 조금씩 천천히 먹는 것이 좋다.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 역시 소화기 계통을 자극하고 증상을 유발할 수 있어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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