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약 1만1200㎡, 5200t 수조)이 도심 속 나들이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7~8월 입장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2% 늘어났다. 화려한 수조 뒤에는 ‘아쿠아리스트’라 불리는 전문가들의 땀과 노력이 숨어 있다.

아쿠아리스트는 수족관에서 물고기와 해양포유류 등 수중생물을 사육·관리·연구하는 전문가다. 현재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는 30명의 아쿠아리스트가 근무하며, 매일 아침 개장 전 시설을 돌며 밤사이 이상 여부를 점검한다. 이어서 오전에는 먹이를 손질한다. 오후가 되면 먹이 급여와 수조 청소를 하고 때로는 다이빙을 통한 직접 관리에 나선다.
바다사자 수조에서는 8년 차 해양포유류 담당 박지원(29) 아쿠아리스트가 수컷 캘리포니아 바다사자 ‘데니스’(13)의 건강검진을 진행하고 있었다. 박씨가 이름을 부르며 손짓하자 데니스는 곧장 체중계 위로 올라갔고, 체중 측정에 이어 안구·구강 검진, 초음파, 채혈 훈련이 이어졌다. 박씨는 “아기들도 주사를 맞으면 아프듯 바다사자도 마찬가지”라며 “아쿠아리스트와의 신뢰와 교감을 바탕으로, 놀이와 보상을 활용한 메디컬 트레이닝을 통해 건강검진 과정을 동물들에게 재미있고 긍정적인 경험으로 만들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생에서 15~20년을 사는 캘리포니아 바다사자는 수족관에서는 천적과 먹이 부족이 없어 25~30년 이상 살기도 한다. 사회성과 지능이 뛰어난 만큼, 세심한 관리와 보전이 필요하다.
열대우림터널에서는 세계 최대 담수어 피라루크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총 4마리의 피라루크가 있다. 처음에는 30㎝ 크기로 아쿠아리움에 들어왔지만, 어느새 150㎝까지 자랐다. 어류 생태 담당 허범석(34) 아쿠아리스트는 이날도 팡가시우스(메기)와 냉동 미꾸라지를 손질하느라 바쁘다. “먹이를 통째로 던져줘도 먹긴 하지만, 얼마나 먹었는지 직접 확인해야 해요. 그래서 입 크기에 맞게 잘라주고 영양제도 넣습니다. 냉동 미꾸라지를 줄 때는 해동 후 점액질을 완전히 제거해야 소화 장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아쿠아리스트는 계단을 통해 수조 위로 올라가 먹이를 던져줬다. “과식하면 물고기도 지방간 같은 성인병에 걸릴 수 있다. 야생에서처럼 항상 사냥에 성공하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해, 포만감은 주되 부족한 듯 관리하는 게 건강에 좋아요”라고 말했다. 개체별 섭취량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도 아쿠아리스트의 중요한 역할이다.



아쿠아리움에서 돌보는 수중생물들은 외견상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생김새, 색깔, 크기, 먹는 방식까지 모두 다르다. 어떤 개체는 쪼아먹고, 어떤 개체는 씹어 먹으며, 또 다른 개체는 한입에 삼킨다. 생물마다 다른 습성을 관찰하고, 필요할 때는 직접 수조안에 들어가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다이빙을 하며 무거운 장비를 메고, 때로는 수십 ㎏에 달하는 생물을 직접 옮겨야 한다.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수중생물에 대한 애정으로 버틴다. “물속에서 움직이는 일은 무겁고 힘들지만, 생물을 지킨다는 사명감이 크다”고 아쿠아리스트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2016년 해양수산부로부터 ‘서식지 외 보전기관’과 ‘해양동물 전문 구조·치료 기관’으로 인증받았다. 점박이물범, 상괭이 등 조난·부상한 해양동물을 구조해 치료 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역할도 담당한다.







아쿠아리스트는 단순히 물고기를 기르는 관리인이 아니다. 수족관이라는 환경 속에서 생태 습성을 고려한 환경을 조성하고, 건강을 돌보며, 연구와 교육까지 책임진다.
우리가 도심 한복판에서 바다와 아마존을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건,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생명을 돌보는 아쿠아리스트의 헌신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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