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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용승 민주평통 사무처장 “남북 왕래·협력하는 ‘국가연합 단계’ 실질적 통일안 될 것”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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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30 21:00:00 수정 : 2025-10-01 12:38:41
대담=강구열 외교안보부장, 정리=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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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적대적 두 국가론에 남북관계 시험대
사회적 대화 통한 새 통일구상 논의할 때
자유 교류 먼저… 통일 결정권 미래세대 몫

북·미 대화 진전 이뤄야 남북대화도 가능
페이스메이커 자처한 李, 美 적극 설득을

청소년 10만여명에 평화통일 교육 펼쳐
다름 인정하되 ‘통일 지향성’은 지켜가야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우며 대한민국과 통일할 일은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은 처음 맞는 도전입니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통일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됐습니다.”

방용승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지난 22일 서울 중구 민주평통 사무처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강경한 대남 정책 배경, 변화된 환경에 맞는 통일방안 마련의 필요성, 남북한 교류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방용승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민주평통 사무처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새로운 통일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최종 목표인 ‘1체제 1정부’의 통일국가 단계의 모습을 지금 시점에서 규정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월권”이라는 것이다. 그는 평화적 두 국가 관계에서 민족의 동질성을 기반으로 교류·협력하는 “국가연합 단계가 실질적인 통일”이라며 “통일국가 형태는 미래 세대들이 선택할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평통이 사회적 대화를 통해 새로운 통일방안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면 좋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방 처장은 남북관계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페이스메이커’로서의 역할과 관련해 “북·미 대화가 진전을 이루기 전에 남북 당국 간 대화는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므로 북·미가 대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방용승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2025.09.22 이제원 선임기자

-남북 간 신뢰회복을 위한 이재명정부의 조치에도 북한 반응은 냉랭하다. 남북관계 상황을 진단한다면.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이라는 선제적 조치에 대해서는 북한에서 그대로 방송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호응해 왔다.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일상이 회복된 것은 성과다. 그러나 적대적 관계로 정립돼 있는 남북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고 볼 수는 없다. 북한은 남한을 ‘철두철미의 제1 적대국’,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남북관계를 구조적으로 전환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몇 가지 유화조치를 통해 김대중정부나 노무현정부 때처럼 평화적 관계로, 대화할 수 있는 관계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장기간 단절·경색된 가장 큰 원인은.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의 영향부터 짚어봐야 한다. 하노이 회담까지는 북한이 국력을 집중해 북·미 대화를 성사시키고 정상적 국가 관계를 수립하려고 했던 것 같다. 또 거기에 대해 남쪽이 조정자, 가교 역할 등을 해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회담이 불발된 후 북한은 핵을 협상의 수단에서 내려놓고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하노이 노딜로 민간 교류도 전면 중단됐다. 2020년 6월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로 우리에게 미련을 갖지 않겠다는 입장표명을 그때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으로 남북관계가 단절되기 시작한 것은 하노이 회담 불발 때부터이고, 거기에 기름을 부은 게 윤석열정부다.”
 

방용승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2025.09.22 이제원 선임기자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한 배경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색다른 결심을 했다기보다는 한국전쟁 이후 75년을 결산한 결과로 보인다. 적대적 관계가 본질적으로 달라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휴전협정을 맺은 뒤 전쟁을 끝내지 않은 상태를 이어왔고, 이런 상황 속에서 미국 핵 전략자산이 계속 배치되며 북한은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김 위원장 말에 의하면 우리가 대화·협력하자고 하는 것도 속임수에 불과한데, (이를 통해) 자유민주주의로 통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적대적 두 국가론으로) 명확히 드러낸 것으로 여겨진다.”

-적대적 두 국가론을 앞으로도 고수할까.

“아마 (김 위원장이) 온 힘을 기울여서 추진한 2018∼2019년 북·미 대화가 불발로 끝난 과정을 돌아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게 아닌가 싶다. 한국이 독자적 결정을 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을 갖게 된 측면이 강한 것 같고, 미국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 한 한국의 입장이 변할 수 없기 때문에 상대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북·미 대화가 진전을 이루기 전에 남북 당국 간 대화는 이뤄지기 어렵겠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 같다.”
 

방용승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2025.09.22 이제원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북·미 대화의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했다. 우리 정부의 역할은.

“북한이 미국에 ‘핵보유국’을 인정하면 대화에 나서겠다고 하고 있는데, 우리가 미국에 핵보유국을 인정하고 북한과 대화에 나서 달라고 요청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페이스메이커로서의 역할이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북·미가 대화하는 것이 양쪽의 국가 이익에 맞는다는 측면에서 서로 양보하며 대화를 하게 하는 방안을 찾고, 특히 미국에 그러한 우리 입장을 전달하고 설득해야 한다.”

-민간 통일운동에 오래 몸담아 왔는데, 스스로 성과를 꼽는다면.

“민간 차원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과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많이 해왔지만, 지역에서 진행한 평화통일교육을 가장 큰 성과로 꼽고 싶다. 2016년부터 전북에서 평화통일교육센터를 운영하며 4000회 이상 10만명이 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평화통일교육’을 실시했다.”
 

방용승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2025.09.22 이제원 선임기자

-통일교육은 어떤 식으로 진행했나.

“국가보안법이 존재하고 남북이 대치하는 국면 속에서 통일교육은 북한에 대한 적대감과 혐오감이 배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환경에서 자라온 아이들이, 더군다나 가난한 북쪽 아이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생각까지 겹치면 통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통일교육을 할 때 ‘다른 생각을 틀렸다고 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했다. 북한에 대해서도 틀렸다고 규정하지 않고, 우리와 다른 체제를 살고 있는 동포들이라고 인식하고 만나자는 것이다.

또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먹여 살려야 하는 통일이 아니라 유럽연합처럼 각각 살고 싶은 대로, 살림살이를 따로 하면서 자유롭게 왕래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는 평야지대가 많으니 북쪽에 식량을 보낼 수 있고 북쪽의 풍부한 지하자원을 공동개발하면 남북한 모두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질 수 있지 않겠냐는 식으로 이야기하면 아이들이 바로 ‘그런 통일을 왜 빨리 안 해요?’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두 번째 단계라고 할 수 있는 국가연합 단계가 실질적인 통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단계인 세 번째 단계의 체제통일을 전제한 완전한 통일은 우리가 미리 규정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통일을 전제하고 마지막 통일을 바라고 있지만, 그것은 남과 북이 국가연합 단계로 자유롭게 오가는 가운데 미래 세대들이 선택할 문제다. 세 번째 단계는 사실 의미가 없다. 수십년 후, 수백년 후에 있을 법한 미래 세대가 결정할 것을 우리가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고,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방용승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2025.09.22 이제원 선임기자

-민주평통 차원에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새로운 통일방안을 도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나.

“분위기가 조성돼 그런 합의를 볼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평화적인 두 개 국가가 한반도에서 존재할 수 있다면, 그 다음 단계로 민족의 동질성을 갖고 교류·협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를 통해) 남북한이 서로 ‘윈윈’하는 조건을 만든다면 그 단계가 실질적인 통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그 단계가 수십년 갈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상황 속에서 통일을 하자고 논의하는 순간 갈등이 재점화될 것이다. 자유 왕래 속에서 (연합 단계가) 더 발전한다면 국제사회에서 기왕에 같은 민족이니 유럽연합처럼 동일한 입장을 표현하고, 안 되면 기권하는 것 같은 관계가 될 수도 있다.

현재의 시대적 흐름 속에서 가능한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통일방안을 고민할 때가 됐다. 그러지 않고선 남과 북이 어떤 대화도 하기 어렵다. 북한이 남북관계는 적대적인 두 국가이고, 한국과 통일할 일은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는 새로운 응전이 필요하다.”
 

방용승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2025.09.22 이제원 선임기자

-북한의 두 국가론 수용으로 비판을 받을 수 있을 텐데.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했듯이 ‘두 국가’는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 두 개의 국가로 간다면 체제가 다른 가운데 서로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온전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통일 지향성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방용승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1964년 전북 장수 △전주대학교 한문교육학과 △6·15공동선언실천 전북본부 상임대표 △통합진보당 전북도당위원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시도지사협의회 남북교류협력특별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 △더불어민주연합 최고위원 △전북겨레하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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