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복서·아몬드… 각종 뮤지컬도 볼만
개천절 연휴까지 더해진 이번 추석에 모처럼 만난 가족, 친지와 특별한 추억을 쌓고 싶다면 가까운 공연장을 가볼 만하다. 지역마다 가족단위 관객 등 시민들이 즐길 만한 무대를 마련한 곳이 많다. 서울에서도 다채로운 공연과 문화행사가 관객을 맞이한다.

명절인 만큼 국립국악원이 다양한 볼거리, 즐길 거리를 마련했다. 6일 저녁에 ‘휘영청 둥근 달’을 국악원 연희마당에서 선보인다. 풍성한 명절의 정취를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한 이번 공연은 우리 민족의 전통놀이와 음악, 춤이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한가위의 흥과 신명을 선사한다. 씨앗 고르기부터 모심기, 추수와 방아 찧기까지 우리 민족의 사계절 노고가 담긴 향두계놀이 보존회의 평안도 향두계놀이로 시작한다. 이어서 ‘줄타기 신동’ 남창동의 줄타기와 강강술래, 장구춤 등을 즐길 수 있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연휴 끝자락인 8일부터 9일까지 ‘여유작 콘서트’를 개최한다. 첫날 무대에 오르는 삼산은 고향 삼산면에서 이름을 따온 싱어송라이터. 재치 있는 가사와 개성 있는 스타일로 주목받는 신예 국악인이다. 9일에는 ‘듣는 이의 마음(心)을 풀어주고 채워주는(Full) 음악을 한다’는 의미를 담은 심풀이 무대를 꾸민다. 소리꾼 3인(김주원, 박유빈, 김소원)과 해금(서지예), 타악(강경훈), 건반 연주자(김세움)로 구성된 판소리 그룹이 전통 판소리를 재해석해 들려준다.
가족과 함께 볼 만한 뮤지컬로는 ‘아몬드’, ‘미세스 다웃파이어’, 그리고 ‘조선의 복서’가 있다. 대학로 NOL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 중인 ‘아몬드’는 손원평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다. 뇌 속 편도체가 작아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알렉시티미아’라는 신경학적 장애를 지닌 소년 ‘윤재’의 성장기다. 타인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윤재’가 분노로 가득 찬 또래 소년 ‘곤이’, 그리고 자유로운 감성의 소녀 ‘도라’와 만나 서서히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현시대에 필요한 진정한 공감과 소통의 의미를 묻는다. 3년 전 초연 당시 “문학과 무대가 만난 모범 사례”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번 시즌에는 LED 영상이 도입돼 더욱 다채로운 무대가 구현될 예정이다. 배우 구성을 기존 12명에서 8명으로 재정비하며 극의 정서적 밀도를 끌어올렸다. 윤재 역을 제외한 모든 배우들이 복수 역할을 소화하며 인물 간의 관계와 사건의 흐름을 더욱 응축된 구조로 전달할 예정이다.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최근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가족 뮤지컬. 이혼 후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게 된 아빠 다니엘이 유모로 변장해 다시 가족 곁으로 다가가는 과정을 그린다. 가족과 관계, 성장을 주제로 한 이야기는 세대를 초월해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안긴다. 특히 무대 위에서 단 8초 만에 아빠와 유모로 변신하는 퀵 체인지 장면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황정민, 정성화, 정상훈이 각기 다른 매력으로 주인공을 연기한다. 11명의 앙상블이 디스코, 록, 탭댄스, 브레이크댄스, 플라멩코 등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펼친다.
창작 뮤지컬 ‘조선의 복서’는 초연인데도 공연장인 대학로 자유극장의 관람 열기가 뜨겁다. 1937년 경성, ‘조선권투구락부’를 배경으로 복싱에 인생을 건 두 청년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화와 요한, 서로 다른 세계에 있던 두 청년은 복싱을 통해 서로를 마주한다. 그들의 치열한 승부는 소설 ‘조선의 복서’ 작가인 마리아의 글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생생히 되살아난다.

추석 연휴 중 연극 무대에선 서울 대학로 홍익대 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아마데우스’가 돋보인다. 영국 대표적 극작가 피터 셰퍼 원작으로 영화로도 친숙한 작품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대표적인 두 음악가 ‘살리에리’와 ‘모차르트’ 사이에 얽힌 사연을 다룬다. 노력파 음악가가 신의 은총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 천재 음악가를 만나면서 신을 향한 애증과 진정한 예술적 재능을 열망하는 모습이 깊은 공감을 일으킨다. 주인공 ‘살리에리’ 역의 박호산·권율·김재욱·문유강은 각기 다른 해석으로 인물을 재창조하며 천재를 숭배하면서도 질투하는 인간의 모순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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