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청문회 때도 아무 근거 못 찾아
삼권분립 훼손·사법 파괴 중단해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긴급 청문회’를 열기로 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초 의제에는 없었는데, 민주당 소속인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예고도 없이 오는 30일 청문회를 열자는 안건을 상정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이 반발하며 퇴장하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주도해 처리했다. 게다가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출석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겁박까지 했다. 집권 여당이 대법원 판결을 문제 삼아 사법부 수장을 국회 청문회 대상으로 삼은 건 유례가 없는 일이다.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사법 파괴’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야당이었던 지난 5월 사법부의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청문회를 열었지만 조 대법원장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근거는 찾지 못했다. 이번에는 ‘조희대·한덕수 등 4인 비밀 회동설’ 의혹을 제기했으나 조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그런 논의도, 만남도 없었다”고 전면 부인했다. 그런데도 음모론에 불과한 비밀 회동설을 근거로 또다시 청문회를 열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비밀 회동설을 처음으로 제기한 친여 유튜브 ‘열린공감TV’조차 “사실 확인은 되지 않은 제보”라고 했다. 아무런 물증 없이 제보 하나만을 갖고 대법원장에게 정치 공세를 퍼붓는 건 도를 넘은 것이다. 강성 법사위원들이 당 지도부와 상의도 없이 강행했다니 더 우려스럽다.
이뿐만이 아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과 오경미·이흥구·이숙연·박영재 대법관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했다. 지난 3월 구속기간 만료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석방한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도 ‘구속취소 결정’을 따지겠다며 증인 명단에 넣었다. 한 전 총리도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비밀 회동설을 최초 제기한 열린공감TV 관계자는 증인 명단에 넣지 않았다. 이렇게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청문회를 누가 인정할까.
민주당은 국민 신뢰를 저버린 사법부를 방치하는 것이야말로 ‘삼권분립 훼손’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일방적인 정치 공세일 뿐이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한다. 법원조직법 제65조에도 ‘심판의 합의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여당이 무리수를 고집하면 역풍을 맞을 것이다. “세종대왕은 법을 왕권 강화를 위한 통치수단이 아니라 백성의 권리를 보장하는 규범적 토대로 삼았다”고 한 조 대법원장의 발언이 공감을 얻고 있다. 여당은 대법원장 청문회 기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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