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모 해병 순직 관련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하는 특별검사팀(특검 이명현)이 23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처음 소환했다. 29일 1차 연장 수사 기간 만료를 앞두고 이날 이 전 장관 등 관련자 5명을 소환하며 수사에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이날 특검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수사 기간이 최대 11월 말까지 늘어날 전망인 상황에서 채해병 특검은 다음달 중순 실질적인 결론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 들어가며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성실히 조사받도록 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이 전 장관은 17일 호주대사 임명 의혹 관련 참고인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이날 수사 외압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됐다.

이 전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의 순직 사건 초동조사 결재를 번복하고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 과정에 압력을 가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부당하게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수사·기소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은 이날 채해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이 전 장관의 결재 경위와 2023년 7월30일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지시 사항과 국방부의 조치, 수사결과 이첩 보류를 지시한 경위 등에 관해 조사한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조사할 내용이 많아 세 차례 이상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 전 장관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수사 외압 의혹의 정점에 해당하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전망이다.
특검은 이날 오후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14일까지 3차례 조사한 데 이어 9일 만에 4번째 피의자 조사다. 정 특검보는 “2023년 8월2일 국방부 검찰단이 경북경찰청에서 채해병 순직 사건 기록을 갖고 온 뒤 신 전 차관이 이 전 장관, 김동혁 전 검찰단장,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 등과 논의한 내용의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어 다시 부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도 6번째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이날 오전 특검에 출석했다. 김 전 사령관은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수사 결과 보고와 기록 이첩 보류 등에 관여한 당사자로 직권남용 및 모해위증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사령관은 7월 특검 조사에서 ‘VIP 격노설’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고 진술했으나 같은 달 22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격노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입장을 바꿨다. 법원은 김 전 사령관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날 박진 전 외교부 장관과 이노공 전 법무부 차관은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의혹’ 관련 특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특검은 이 전 장관에 대한 호주대사 임명 논의가 시작된 2023년 12월 박 전 장관이 외교부 최고 책임자로 근무하며 대통령실로부터 받은 지시 사항과 외교부의 조치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이 전 차관은 2024년 3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고 있던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에 관여한 혐의(범인도피 및 직권남용)를 받는다.
한편 특검법 개정안이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채해병 특검의 수사 기간도 최대 11월 말까지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특검 재량으로 ‘30일씩 2회’ 연장할 수 있도록 정했다. 채해병 특검은 이달 29일까지로 수사 기간을 한 차례 연장했는데, 향후 2회 연장할 경우 11월 말이 된다. 정 특검보는 “내일이나 모레께 (수사 연장을) 할 것으로 계획한다”고 설명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