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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금리 인하, 한은의 딜레마…‘경기 부양’과 ‘집값 안정’ 사이

입력 : 2025-09-18 09:56:49 수정 : 2025-09-18 09:56:48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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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9개월 만에 기준금리 0.25%p↓…한·미 격차 1.75%p로 축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인하 배경과 경기 전망을 설명하고 있다. 이번 인하는 9개월 만에 단행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개월 만에 다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통화 완화 흐름에 발맞춰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압박이 커졌지만, 서울 아파트값과 가계대출이 다시 꿈틀대는 상황에서 섣부른 인하는 자칫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16~17일(현지 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4.00~4.25%로 0.25%포인트 내렸다.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 만이다. 제롬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노동 공급이 감소하는 가운데 고용 수요마저 급격히 줄고 있다”며 경기 둔화를 배경으로 설명했다.

 

이번에 공개된 점도표(dot plot)도 완화적 기조를 뒷받침했다.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는 3.6%로, 6월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연내 0.25%포인트 인하가 두 차례 더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의 인하로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2.00%포인트에서 1.75%포인트로 좁혀졌다. 이는 원화 약세와 자본 유출 우려를 어느 정도 덜어주는 요인이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도 일부 위원들이 “내외 금리차 확대에 따른 환율 충격”을 동결 사유로 꼽았다.

 

하지만 격차 축소가 한은의 인하를 곧바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금융·부동산 상황이 여전히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48% 올랐다. 상승폭은 6월(1.44%), 7월(1.09%)보다는 둔화됐지만 상승세 자체는 꺾이지 않았다. 같은 달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도 한 달 새 4조1000억 원 늘며 반등했다.

 

이수형 금통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서울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여전하다”며 “정부 공급대책 효과와 금융 여건의 주택시장 파급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서울 도심 아파트 밀집 지역 전경. 최근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세가 이어지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결정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뉴스1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와 부동산 시장의 관계를 선을 그으며 신중론을 거듭 강조한다. 그는 최근 서울대 특강에서 “금리 인하를 한두 달 미뤄도 경기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신호만으로도 서울 집값이 뛰면 더 고생한다”며 “유동성으로 부동산에 불을 지르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그는 지난달 금통위 회의 직후에도 “한은이 금리로 집값을 잡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다만 유동성이 과도하게 공급돼 가격을 자극하는 역할은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전문가들은 “올해 GDP 성장률이 0%대에 머물 수 있는 만큼 통화완화가 필요하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성장 측면에서 10월 인하 가능성이 크다”고 했고,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추경 집행과 맞물려야 정책 효과가 배가된다”며 연내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관건은 국내 부동산과 가계부채 지표다. 연준의 완화 기조는 한은에 인하 여지를 제공했지만, 서울 집값 불안과 대출 반등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10월 금통위에서의 결정을 앞두고, 한은은 성장과 안정 사이에서 어느 쪽 저울추에 무게를 실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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