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결국 주식 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경제부총리는 어제 당정협의에서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함께 대주주 기준 유지가 필요하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7월 말 대주주의 종목당 주식보유액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지 두 달 만이다. 다시 살아나고 있는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대주주 기준을 낮춰 양도세를 더 걷겠다는 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정책이다.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코리아디스카운트만 키울 뿐이다. 이재명정부 들어 대주주 기준을 놓고 정책이 갈팡질팡하면서 ‘허니문 랠리’로 20% 넘게 오르던 코스피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 중국, 대만 등이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투자자들의 상대적 박탈감만 쌓여가고 있다.
대주주 기준을 내려서는 안 되는 이유는 자명하다. 연말에 양도세 폭탄을 피하기 위한 매물이 쏟아지면서 연간 끌어올렸던 주가를 한꺼번에 갉아먹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총 주식의 30% 이상을 보유해야 대주주로 간주하는 공정거래법이나 5% 이상 보유 개인·법인을 대주주로 보는 금융 관련 법률과 비교해도 고작 주식 10억원어치를 가졌다고 세금 폭탄을 매기는 건 과한 처사다. 심지어 현 정부가 누누이 강조하는 ‘주주 친화’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과도 동떨어져 있다.
어제 코스피는 11.77포인트(0.35%) 오른 3407.31로 마감하며 사상 첫 3400선을 돌파한 ‘불장’을 이어갔다. ‘코스피 5000’은 이재명정부의 핵심 경제공약이다. 아무리 마음이 조급하다고 해서 주가는 인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적은 세수에 급급하기보다는 주가조작 세력을 엄벌하고, 배당 확대 등 주주 환원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시장을 활성화하는 게 급선무다. 이번 대주주 기준 결정 과정에서 보여준 오락가락 정책 행보는 없어야 한다. 예측 가능하고 일관된 정책집행으로 더는 시장의 혼선을 빚어서도 안 된다. ‘실용주의’를 약속한 정부라면 노란봉투법·상법개정안 등 반시장·반기업 악법부터 손보는 게 우선이다. 재벌 봐주기가 아닌 친기업 정책만 일관되고 투명하게 집행하더라도 기업가치와 주가 상승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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