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세에 영웅이 등장한다고 했던가. 프로야구 삼성의 8년차 우완 투수 양창섭이 갑작스런 상황에 마운드에 올랐음에도 6.2이닝 노히트 ‘인생투’로 5강 경쟁에서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해냈다.
양창섭은 1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KBO 리그 KT와의 홈 경기에서 3회 1사 만루 상황에서 등판했고, 경기 끝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6.2이닝 동안 안타는 단 1개도 맞지 않고 몸에 맞는 공 1개만 내주는 완벽투로 삼성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3연패에 빠졌던 삼성은 이날 승리로 시즌 성적이 66승2무65패가 되며 이날 경기가 없었던 롯데(64승6무64패)를 6위로 밀어내고 0.5경기 차로 단독 5위로 올라섰다.

이날 삼성의 선발은 좌완 이승현이었다. 그러나 경기 시작하자마자 허경민, 강백호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는 등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1회는 어찌저찌 막아낸 이승현이었지만, 2회 2사 1,3루에서 허경민에게 이날 경기 선취점을 내줬고 3회 선두타자 안현민에겐 135m짜리 대형 장외 홈런을 얻어맞았다. 1사 후 황재균, 김상수에게 연속 안타, 스티븐슨과의 8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주며 1사 만루에 몰렸다. 0-2로 뒤진 상황에서 더 벌어지면 경기 자체를 내줘야 하는 상황. 삼성 벤치의 선택은 이승현의 조기 강판이었다.


이승현 대신 마운드에 올라온 양창섭은 씩씩했다. 1사 만루라는 극악의 위기 상황에 올라왔지만, 첫 타자인 장준원을 5(3루수)-4(2루수)-3(1루수) 병상타로 처리하며 단숨에 불을 껐다.
위기 뒤에 기회라고 했던가. 양창섭이 위기를 막아내자 곧바로 삼성은 3회 공격에서 1사 1,2루에서 김성윤의 역전 3점홈런이 터졌다.

위기를 깔끔하게 막아낸 데다 타선이 역전까지 해주자 양창섭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특히 140km 중후반대에 형성된 투심이 춤을 췄다. 포심에 비해 스피드는 다소 떨어지지만 무브먼트가 좋아 땅볼 유도에 특화된 구질인 투심은 양창섭이 후반기 맹활약의 핵심이었다. 투심에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이 곁들여진 이날 양창섭은 그야말로 ‘언터쳐블’이었다. 7회 1사까지 11타자 연속 범타로 돌려세우며 KT 타선을 철저히 봉쇄했다.

삼성 타선도 양창섭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6회 선두타자 디아즈가 솔로포로 시즌 46호 홈런을 쏘아올렸고, 김영웅의 적시타, 이성규의 솔로포까지 터지며 6-2까지 달아났다.


2~3이닝만 막아줬어도 대박이었던 양창섭이었지만, 이날 투구는 심상치 않았다. 삼성 벤치는 노히트 행진을 펼치던 양창섭을 9회까지 밀어붙였다. 양창섭은 9회에도 세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양창섭의 인생투 덕분에 삼성은 그간 힘겨운 승부를 펼치느라 지쳤던 불펜진에 충분한 휴식을 부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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