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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구금됐던 인원 귀국…한·미 비자 문제에 무역협정은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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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13 08:52:02 수정 : 2025-09-13 08:52:00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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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 구금시설에 일주일 동안 구속돼있던 LG에너지솔루션과 설비 협력사 직원들이 12일 귀국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 정부와 비자 발급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으나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가 더딘 상황에서 양국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했다.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장기주차장에서 미국 조지아주(州)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된 뒤 구금된 300여 명의 한국인 직원들이 한국으로 귀국하면서 가족들과 만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미국에 구금됐던 한국인 317명 중 이날 전세기를 타고 귀국한 인원은 316명이다. 외국 국적자는 14명 탑승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인천국제공항에 나가 귀국한 이들을 맞이했다. 강 실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비자 체계) 문제 전반에 대한 점검을 요청하면서 숙련된 기술자의 경우 머물렀으면 좋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며 “새로운 비자를 만드는 방안을 포함해 미국 비자 발급 및 체류자격 시스템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 실장은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추가 협의를 거칠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구금됐던 인원 중 상당수는 단기 상용 비자(B1) 소지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비자는 출장 등 목적으로 비즈니스 미팅, 장비 설치나 교육이 가능하다고 미 국무부 외교업무 매뉴얼에 나와 있다. 그러나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은 근로자를 위해 적합한 취업비자(working visa)를 받아야 한다”며 “이들은 관광 비자로 들어와 그냥 공장에서 일한 것”이라며 비자 종류를 오해한 듯한 발언을 했다. 러트닉 장관은 “한국 측에 전화해 ‘제발 제대로 된 비자를 받아라’ ‘비자 받는 데 문제가 있으면 내게 전화하라’고 말했다”며 “잘못된 방식으로 일하지 말아라, 옛날 방식으로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한·미 관세 협상 후속협의를 위해 전날 미국으로 출국했다. 관세 협상을 확정짓는 세부 협의 과정에서 양국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러트닉 장관은 미 CNBC 방송에 출연해 미·일 무역협정을 한국이 분석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유연함은 없다”고 발언했다. 미국은 일본에 5500억달러 대미 투자를 약속받으며 투자처를 미국이 정하고 투자 수익의 90%를 자국이 가져간다고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은 우리나라도 이 같은 조건으로 무역협정을 체결하기를 바라나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관세 후속협의 과정에서 양국 이견이 커진 데다 비자 문제까지 불거진 것이다.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현장에서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다가 석방된 한국인 근로자들이 구금된지 8일만인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비자 체계 개선은 외교부를 중심으로 미 국무부와 조율하고 있으나 관세 협상과 연계된 대미 투자 측면에서 산업부도 미국에 시스템 개선 필요성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고 허정 서강대 교수(경제학)는 말했다. 허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정치적 감정 싸움, 외교적 마찰로 번지고 이 과정에서 낭비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제조업 관점에서 생산성 향상에 자본, 기술뿐 아니라 노동 투입이 필수라는 걸 설득시켜야한다”고 말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은 지난 4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HL-GA 배터리회사)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단속 활동을 벌였다. 공장 건설이 98%가량 진행된 상태에서 생산라인 세팅을 위해 우리나라에서 파견된 전문기술 인력도 상당수 포크스턴 ICE 센터에 구금됐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정부가 대미 투자 확대를 요구하면서도 취업비자는 제한적으로 발급하던 체계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사와 협력사 전 직원에게 귀국 직후부터 추석 연휴 종료일까지 한 달간 유급휴가를 제공하고 건강검진과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전세기를 타고 함께 귀국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향후 현지 인력 교육 및 비자 발급 문제 관련해 “미국 측과 얘기했던 내용과 저희 고민을 잘 접목해서 안을 만들어보려 한다”며 “현대차그룹과도 당연히 소통하고 좋은 방법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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