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커피값이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브라질 관세 폭탄’과 기후 변화로 인한 공급난의 여파다. 이에 따라 현지 소비자들 일상도 적잖은 영향을 받게 되면서 커피숍에 들러 ‘모닝 커피 한 잔’을 사는 일도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선택이 됐다.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이 11일(현지시간)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커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1% 올랐다. 이는 1997년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브라질 관세 조치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부터 ‘열대의 트럼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재판을 빌미로 브라질산 커피에 50%의 고율 관세를 적용했다. 미국은 대부분의 커피를 수입에 의존하는 데다가, 커피 수입량의 약 3분의 1은 브라질로부터 수입하는 까닭에 고급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급등했고 수입량도 급감했다.
여기에 기후 변화도 커피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커피의 주산지인 브라질과 베트남 날씨가 점점 더 불규칙해지면서 작황에 영향을 준 것이다. 브라질은 아라비카 시장을, 베트남은 인스턴트 커피용 저가 로부스타 시장을 각각 지배하고 있어 두 나라의 흉작은 전 세계 공급을 크게 위축시켰다.
미국인들은 이에 따라 커피 소비 방식 조정에 나섰다. 미국의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는 최근 “커피숍은 이제 사치”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이용자는 “예전엔 일주일에 몇 번씩 카페를 갔지만, 요즘은 거의 모든 커피를 집에서 내려 마신다”며 “12온스(약 355ml, 한국 캔맥주 크기) 라떼 한 잔이 팁을 제외하더라도 8달러(약 1만1000원)가 넘는다니 믿기 어렵다”고 적었다.
식료품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에 커피 등 필수 수입 식재료에 대한 관세 완화를 촉구하고 있으며, 백악관도 커피 등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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