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지난 25년간 중국의 ‘디지털 치안(예측 치안·안면 인식 등)’ 구축에 깊이 관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자유민주주의 수호국’ 미국에 기반을 둔 기업들이 인권 침해적이라고 비판받는 중국의 자국민 통제 정책에 가담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AP통신은 9일(현지시간) 미국 기업의 기술 제공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대규모 구금·동화 정책을 가능케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인텔 등 다수 미 기업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중국 전역의 공안 데이터베이스, 인터넷 검열·감시 플랫폼, 얼굴 및 걸음걸이 인식, 군중 분석, 클라우드 기반 시설 구축 등에 쓰였다. AP가 확인한 IBM 등 기업의 대(對)중국 마케팅 자료에는 △안정 유지 △핵심 인물 △비정상 집회 등 중국 당국의 치안 용어를 직접 인용해 공안 수요에 적극 호응한 정황이 포함됐다.
일부 기업들은 중국 당국을 향한 마케팅 과정에서 인종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델은 2019년 자사 공식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에서 인공지능(AI) 기반 노트북을 홍보하면서 “모든 인종을 인식하는”, “군용 등급”과 같은 문구를 사용했다. 생명공학 기업 써모피셔사이언티픽은 지난달까지 웹사이트에서 DNA 키트를 홍보하며 “위구르족과 티베트족 같은 소수 민족”을 포함한 중국인을 위해 “설계된” 제품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현재 “감시 시스템·소프트웨어를 생산하지 않고 중국 공안과 협력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과거 중국 감시업체 와트릭스 등이 자사 칩으로 걸음걸이 인식 AI를 훈련했다고 소개한 위챗 게시물이 존재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1998년부터 구축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자국민 정보 검열 시스템 ‘황금방패’가 지목됐다. AP는 중국 방산업체 화디(Huadi)와 미국 IBM의 협력으로 황금방패 시스템 설계가 이뤄졌다는 수천 쪽 분량의 내부 자료를 입수·검증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전수된 기술들은 중국 시민들을 통제하는 데 사용됐다. 인권침해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 지역에서는 예측 치안이 운영됐다. 통신·결제·이동·인터넷·수도·전기 사용량 등 방대한 데이터를 결합해 위험 점수를 매기고, 위구르 등 소수민족·연령·외국 통화·해외 연락 여부 등을 기준으로 선제 구금·심문 대상자를 도출한 것이다.
현지 경찰 증언에 따르면 “컴퓨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지침 아래 소프트웨어 판정이 곧바로 체포·구금으로 이어지는 관행도 존재했다. 중국 경찰의 미국 기술을 연구해온 발렌틴 베버 독일 외교관계위원회 연구원은 “중국의 역량은 전무했다”며 “모든 것이 미국 기술 기반으로 구축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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