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경제 환경 속에서 출범
‘마스가’ 통해 한·미 관세 협상 물꼬
‘AI 3강 도약’ 초혁신경제도 박차
R&D 예산 역대 최고 수준 증액
전문가 “재정사업 여지 많지 않아
민간투자 환경 구축에 더 힘써야”
이재명정부는 12·3 불법 계엄사태로 내수 부진이 심화하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이 거세지는 ‘내우외환’의 경제 환경 속에 출범했다. 정부는 이에 약 14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반영하는 등 소비심리 회복에 나섰고, 촉박한 일정 속에서도 미국의 상호·품목 관세를 주요국 수준에 맞추는 등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는 인공지능(AI) 등 초혁신경제 전환을 통해 5년 내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겠다며 재정운용 기조도 ‘긴축’에서 ‘확장’으로 전환했다.

다만, 세입이 부족한 가운데 총지출 확대로 202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58.0%로 예상되는 등 향후 재정 건전성 우려가 커지는 만큼, 과도하게 재정에 기대기보다는 규제개선 등을 통해 민간의 활력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소매판매지수는 올해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하며 13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했다. 이는 역대 최장 기록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금리 인하 시기와 맞물려 소비심리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며 영세 소상공인, 취약계층이 타격을 입었다. 실제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5% 증가했지만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 소득은 오히려 1.5% 감소했다.
대미 관세 협상도 ‘발등의 불’이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지난 4월 25%의 상호·품목(자동차 등) 관세 등을 예고한 가운데 경쟁 상대인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협상을 타결하며 부담감도 커졌다. 대미 수출 비중이 2020년 14.5%에서 지난해 18.7%로 점점 확대되는 흐름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지 못하면 경제적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복합 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집권 15일 만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골자로 하는 2차 추경을 편성했다. 이후 얼어붙었던 소비자심리지수(CCI)는 서서히 풀려 지난 8월 111.4를 기록, 7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또 상호관세 부과를 하루 앞둔 지난 7월31일(현지시간) 3500억달러 대미 투자,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등을 지렛대 삼아 상호·품목(자동차 등) 관세를 15%로 하향 조정하는 데 성공했다.
정부는 ‘코스피 5000’ 공약 달성을 위해 상법 개정안 등 자본시장 활성화에도 나섰다.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차례로 통과되는 등 주주 친화적인 제도가 도입됐다. 그 결과 이 대통령 당선 이후 코스피 지수는 6월4일 2770.84를 시작으로 7월14일 3202.03을 기록하며 3200대를 넘어섰다. 이후 미국발 관세전쟁의 여진과 대주주 양도세 논란 등으로 좀처럼 3300선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양도세 기준이 완화될 것이란 소식에 이날 코스피는 장중 3317.77을 기록,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직전 최고치는 2021년 6월25일 장중 기록한 3316.08이었다.


정부는 AI 대전환을 통한 초혁신경제를 성장전략의 ‘승부수’로 띄웠다. 실제 내년 예산안에는 AI 3강 도약을 위해 10조1000억원이 배정됐고, 연구개발(R&D) 예산도 역대 최고 수준(19.3%)으로 증액됐다. 내년 국가채무가 GDP의 51.6%로 늘어나지만 정부 재정을 집중 투입해 피지컬 AI 분야 등에서 1등 제품이 나오면 GDP 규모가 커져 재정 수지가 안정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재정에 의존하기보다 민간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허진욱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AI 투자가 필요하니까 재정지출 총량을 늘리겠다’라는 것은 과도한 재정 의존”이라면서 “과거에 비해 기술 발전이 빨라지고 복잡해지면서 정부 재정사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많지 않고 효율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간에서 소위 돈이 되는 유망한 분야로 투자가 원활히 이루어져 자본이 집중되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과거에 없던 새로운 산업에서의 경쟁의 룰(규칙)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재정지출보다 더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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