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노벨상의 화두는 인공지능(AI)이었다. 미국 워싱턴대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존 점퍼가 함께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들은 컴퓨터 기반 새로운 단백질을 설계하는 혁신적 방법을 개발하고, 알파폴드 모델을 개발해 2억개의 단백질 구조를 예측해 큰 발전을 가져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신약개발·질병 치료에서 본격적으로 AI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의약품·의료기기 분야에도 AI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AI 기술은 타깃 발굴, 분자 설계, 전임상 예측, 임상시험 등 개발 전 과정에 활용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 활용으로 제품 개발 기간과 비용은 획기적으로 절감되고, 성공 가능성은 커진다.

하지만 의료제품의 혁신은 단순한 AI 기술 발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 데이터 품질과 바이어스, 보안, 책임소재 등 풀어야 할 도전과제가 많다. 이러한 도전과제에 누가 먼저 대응하느냐가 각국의 첨단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
세계 각국은 AI 기술이 의료제품에 안전하고 책임성 있게 도입될 수 있도록 규제 프레임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발 빠르게 세계 최초로 ‘디지털의료제품법’과 ‘생성형 인공지능 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글로벌 AI 규제의 주도권을 잡는 데 성공했다.
빠른 기술 발전에 비해 AI 의료제품의 국제기준은 아직 틀이 잡혀 있지 않다. 이러한 새로운 분야의 경우에는 여러 나라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국제적 기준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소통이 중요한 시점에 이번 달 10일에서 12일 인천에서 국제 인공지능 의료제품 규제 심포지엄(AIRIS 2025)이 개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올해 AIRIS 2025는 식약처가 세계보건기구(WHO)와 공동 주최하고 규제 당국자들과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 등 저명한 글로벌 전문가들이 참여해 AI 활용 의료제품과 관련한 혁신 사례, 미래전망 그리고 규제 고려사항 등 포괄적인 논의를 한다고 한다. 필자와 같은 고민을 하는 각 분야 최고의 글로벌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 AI의 새로운 성장기회를 모색하는 혜안들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 우리는 AI가 열어가는 혁신의 길 위를 지나고 있다. AI는 전 세계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며, 향후 3~5년이 AI 시대에 중요한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혁신에 맞는 의료제품의 제도와 규제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다.
AI 의료제품에 대한 새로운 규제의 틀을 논의해 나가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AIRIS는 지속 발전해 나가고 있다. AIRIS를 통해 해외 규제기관들과 협력으로 국제무대에서 식약처의 규제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대한민국이 의료제품 분야의 AI 선도주자로 자리매김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예종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재철AI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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