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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등에 업은 김정은, 美 타격 가능 ICBM 엔진시험 참관

입력 : 2025-09-09 18:30:00 수정 : 2025-09-09 21:25:48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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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귀국 3일 만에 무력 과시

신형 미사일 ‘화성-20형’ 탑재 고체엔진
김, 트럼프 보란 듯 “핵무력 중대 변화”
참관 기사, 시진핑 축전과 나란히 배치
‘北 핵·미사일 고도화’ 中도 지지 암시
러서 엔진 탄소섬유 기술 이전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에 탑재될 탄소섬유 고체연료 엔진시험을 참관했다.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김 위원장이 지난 5일 귀국 후 처음으로 가진 공개 행보다. 북한이 중·러를 뒷배로 삼은 데 더해 고도화한 핵 무력을 과시하며 핵보유국 위상을 굳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참관사진 공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될 탄소섬유 고체 엔진시험을 참관하고 있다.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해 북·중·러 연대를 다졌던 김 위원장이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ICBM 능력을 과시하며 대미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은 9일 미사일총국이 화학재료연구원과 함께 전날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이용한 대출력 고체 발동기(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또다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엔진시험을 참관한 뒤 “최근 우리가 진행한 국방기술현대화사업에서 가장 전략적인 성격을 띠는 성과”라며 “핵전략 무력을 확대 강화하는 데서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화학재료연구원 연구소를 방문해 이번에 시험한 탄소섬유 고체연료 엔진 개발 상황을 파악하고 생산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차 베이징으로 출발한 당일이었다. 김 위원장은 전 지구를 사정권으로 삼는 중국 신형 ICBM 둥펑(DF)-5C, DF-61 등을 관람하고 돌아온 지 3일 만에 이번 시험을 진행했다. 북·중 양국이 서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지지하는 행보로 읽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노동신문 1면에 김 위원장의 엔진시험 참관 소식을 전하는 기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정권 수립 77주년 기념일(9·9절)을 맞아 김 위원장에게 보낸 축전이 나란히 배치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축전에서 “조선 인민은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목표와 임무를 원만히 수행하기 위해 힘찬 투쟁을 벌여 기뻐할 만한 성과들을 수많이 이룩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발표한 ‘국방 발전 5개년 계획’에는 고체연료 ICBM 개발이 포함돼 있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지난 3일(현지시간) '중국 인민 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리는 베이징 톈안먼 광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시 주석이 미국 본토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북한의 고체연료 기반 신형 ICBM 화성-20형 개발을 묵인하는 듯한 그림이 된 셈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신형 ICBM이나 핵실험 등은 미국을 자극하고 대중국 군사적 압박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중국은 북한의 ICBM 공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예의주시해왔다”며 “중국이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 핵 보유를 지지하는 듯한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이를 기반으로 미국에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북·중 관계는 김 위원장의 전승절 열병식 참석 이후 빠르게 복원되는 양상이다. 시 주석은 축전을 통해 “중조(북·중) 두 나라는 산과 강이 잇닿아 있는 전통적이며 친선적인 린방”이라면서 김 위원장의 열병식 참석을 두고 “당신과 다시 상봉하고 두 당, 두 나라 관계발전을 위한 설계도를 공동으로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조관계를 훌륭하게 수호하고 공고히 하며 발전시키는 것은 중국 당과 정부의 일관하고도 확고부동한 전략적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북·러 관계 역시 공고한 모습이다. 미하일 갈루진 러시아 외무차관은 9·9절을 앞두고 모스크바 주러 북한대사관에서 열린 연회에 참석해 지난 3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북·러 정상회담은 “새로운 국제적 도전들에 공동으로 대처해 나가려는 쌍방의 의지를 확증했다”고 연설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이번에 시험한 엔진에 쓰였다고 밝힌 탄소섬유 기술을 러시아가 이전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탄소섬유는 ICBM이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고열·고압을 견딜 수 있게 하는 소재로, 북한이 미국 타격 능력을 완성하는데 필요한 ‘마지막 퍼즐’로 꼽혀왔다.

 

김 위원장은 8일 평안북도 구성시 병원 건설 현장을 현지 지도하며 하루에 ‘군사’와 ‘민생’을 동시에 아우르는 행보를 보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귀국 직후 군사·민생 행보를 연이어 소화한 것은 김정은의 자신감과 체력을 과시하며 국내외에서 ‘유능하고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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