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계정 통해 성적 수치심 글 확인
‘게시글 인식 불가’ 원심 파기환송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상대를 특정해 성적 혐오를 일으키는 글을 작성했다면 계정이 차단돼 알림이 가지 않았더라도 피해자가 글을 접할 수 있는 상태였으므로 유죄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최근 돌려보냈다.
A씨는 2023년 5월 트위터(현 X)에서 다투던 피해자 B씨가 자신의 계정을 차단하자 B씨 계정을 ‘멘션’ 기능으로 특정한 뒤 ‘성고문하자’ 등 성적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일으키는 게시글을 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가 A씨 계정을 차단해 B씨에게 해당 게시글 알림이 가지 않았으나, B씨는 별도 계정으로 A씨 계정을 찾아가 게시글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선 A씨의 게시글이 B씨에게 ‘도달’했다고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성폭력처벌법 13조는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B씨가 게시글의 존재와 내용을 인식 가능한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 13조의 ‘도달’은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 등을 직접 접하는 경우뿐 아니라 객관적으로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두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가 트위터에서 B씨를 특정해 ‘멘션’ 기능을 사용한 점 등을 고려할 때 “A씨가 B씨를 겨냥해 작성한 게시글을 트위터 계정에 게시해 B씨가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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