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특수학교 ‘성진학교’ 설립 문제가 이번 주 ‘운명의 한 주’를 보낸다. 서울시교육청의 행정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에서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심의가 9일 열린다. 교육위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12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그러나 시의회 심의에서 안건 자체가 보류될 가능성이 있다. 교육위 부위원장을 맡은 국민의힘 황철규 시의원 등은 설립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면서도 “성수동 일대에 새로 1만세대가 입주을 앞두고 있으니 (성진학교 부지에) 일반학교도 함께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학교 동반 건립이라는 조건을 내걸면서 특수학교 설립 문제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불안한 장애학생 학부모들은 지난달 27일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 100여명의 학부모는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 아이들에게 설움을 주지 마라”고 절규했다. 2017년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서진학교’ 설립 추진 설명회에서 주민 반발에 부딪히자 수십명의 장애학생의 부모들이 무릎을 꿇은 사태 이후 8년 만에 ‘무릎 호소’가 반복됐다.
특수학교의 필요성은 원거리 통학과 취학유예 등 아이들과 가족들의 고통으로 드러난다. 최근 심층기획 ‘님비에 갇힌 특수학교’를 취재하며 만난 중증장애인 명성(18)군은 매일 학교에 가기 위해 차를 타고 1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오갔다. 중복 중증장애인 예린(15)양은 특수학교 입학에 두 번이나 실패해 일반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들 외에도 수많은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과 가족들이 지역 내 학교 설립을 염원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의원들은 이들의 고통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특수학교와 함께 일반학교를 짓자는 중재안은 성진학교 건립을 먼저 확정하고 논의해도 늦지 않을 문제다. 교육청 계획에 따르면 성진학교 옆의 일부 부지는 주민복합시설을 건립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해당 용지를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는 주민 의견 등을 더 수렴해 합의해도 될 사안이다. 이미 계획이 확정된 성진학교가 다른 논의에 묶여 5년, 10년이 미뤄지는 사태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장애아이들의 교육권을 위해 부모가 무릎 꿇는 것도 이제는 끊어내야 할 때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