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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줄 섰는데”… 짧아진 면회 시간에 허탕 친 채 탄식 [美, 한국인 구금 사태]

입력 : 2025-09-08 20:00:00 수정 : 2025-09-08 21:18:57
포크스턴=글·사진 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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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조지아주 구금시설 르포

수용당국 1시간45분 앞당겨 종료
가족·회사동료 일찌감치 쫓아내
100여명 중 극소수만 면회 성사
“구금 당사자들 불쾌한 심정 토로”

10일 전세기로 일괄 귀국 추진
정부, 개인별 출국 의사 파악 중

“나가라고 이미 세 번 말했다. 더 말을 듣지 않으면 경찰을 부를 것이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조지아주(州) 엘라벨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이 구금된 지 나흘째인 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최남단 포크스턴의 디레이 제임스 교정시설에서 낮 12시30분이 다가오자 수용소 관리관이 구금자 면담을 위해 줄을 서 있던 이들을 해산시켰다. 전날부터 허탕을 친 채 오전부터 몇 시간씩 서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탄식이 터져나왔다.

 

구금자 면회 위해 줄 선 한국인들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에서 체포된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 중 대부분이 구금된 포크스턴 디레이 제임스 교정시설에 구금자들의 친척, 동료 등이 면담을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 있다.

ICE 홈페이지에 따르면 일요일인 이날은 위험도가 낮은 수감자들의 경우 오후 2시15분까지 지인 면담이 가능하다. 하지만 수용소 관리관은 한국인들을 포함해 구금자들을 면담하기 위해 줄을 서 있던 이들을 서둘러 돌려보냈다. 아쉬움에 사람들이 바로 해산하지 않자 관리관은 경찰을 부를 것이라고 윽박질렀다.

지난 4일 ICE 등 미 당국의 전격적 단속으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일하다 구금된 친척을 만나기 위해 전날 포크스턴에 도착해 새벽부터 줄을 섰던 애틀랜타 교민 가족은 결국 만나지 못하고 돌아섰다. 이날 한국인 구금자들의 미국 거주 친척, 현지 동료 등 100여명이 습하고 더운 날씨 속에 길게 줄을 섰지만 초반 입장한 소수의 인원을 제외하곤 구금자들을 만나지 못했다.

현장에서 만난 LG 협력업체 직원은 구금 당일 오전부터 ICE가 단속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갑자기 헬기와 군용차들이 들이닥쳤다며 “지옥 같았다”고 표현했다. 이 직원도 구금된 동료 직원을 만나기 위해 오전 8시부터 줄을 섰지만 허탕을 치고 발걸음을 돌렸다.

ICE의 일반인 구금자 면담은 토요일, 일요일만 가능하다. 이날 한국인 구금자들을 만나기 위한 면담 신청자들이 몰리면서 줄은 평소보다 길었다. 6개월간 친구가 이 구금소에 구금된 채 재판 절차를 기다리고 있어 주말에 종종 면회를 오고 있다는 라틴계 미국인은 이날에는 친구를 만날 수 없었다.

디레이 제임스 교정시설에서 약 4시간 거리의 스튜어트 구금센터에도 일부 여성 수감자들이 수감돼 있다. 수감자들은 대부분 건강에 문제는 없으나 일부 필요한 의약품을 한국 영사 당국이 전달했다.

가까스로 면담을 하고 나온 협력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구금된 직원들은 불쾌한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쇠사슬로 결박하고 범죄자 취급을 한 데 대한 당혹감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 구금자들 대부분은 위험도가 낮은 수감자들이 입는 베이지색 수용복을 입고 생활하고 있다. 구금시설마다 다르지만 포크스턴 구금시설의 경우 조사가 완료된 이들은 2인 1실을 사용하는데,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70여명 정도는 대기소 한 공간에 모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10일 수용소에서 50분 거리인 플로리다주 잭슨빌 국제공항을 통해 전세기로 이들을 한국으로 귀국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개인별 의사를 파악하고 있다. 정부는 되도록 수감된 한국인들을 한번에 귀국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구금된 한국인들을 추방이 아닌 자진 출국 형식으로 귀국시키는 방향으로 미국 측과 협의에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 추방이라면 5년간 미국에 재입국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자진 출국은 기록 유무가 중요하다. 기록이 남으면 원칙적으로는 재입국이 가능해도 향후 비자 발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구금자들 중엔 비즈니스 목적의 단기 방문비자(B1)를 통해 입국한 이들이 많은데,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체포됐지만 비자 발급 목적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은 사례도 많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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