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내한… “한국 관객 정말 대단” 회상
“中 10개월 투어 땐 딱 한번만 무대에 서”
프랑스 뮤지컬 대표작 ‘노트르담 드 파리’가 다시 한국 무대를 열었다. 프랑스·캐나다를 대표하는 국민가수이자 예술가로서 이 작품 1998년 초연 무대에 섰던 다니엘 라부아(76)도 다시 왔다. 2021년 이후 4년 만인데 “한국이니까 왔다”고 한다.

지난 2일 공연장 인근 호텔에서 세계일보와 만난 라부아는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나 투어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중국에서 10개월 투어를 했을 때도 상하이에서 딱 한 번만 무대에 섰다. 하지만 서울에는 왔다”며 “한국 관객은 정말 대단하다. 한국을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2021년의 한국 공연은 유독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전 세계가 멈춰 섰던 당시 한국은 그가 노래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나라였다. 그는 “마치 자유를 되찾은 것 같았다”며 “거리를 걷고 가게에 갈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1998년, 그가 처음 집시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신부 역을 맡았을 때만 해도 이 여정이 30년 가까이 이어지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처음 프롤로를 연기했을 땐 역할을 발견하고 창조해 나가는 과정이었어요. 1~2년 정도 하고 끝날 줄 알았죠.” 그는 초연 후 18년간 무대를 떠나 다른 삶을 살다가 월드 투어를 계기로 다시 프롤로에게 돌아왔다. 작사가 뤽 플라몽동의 아름다운 노랫말을 다시 부르고 싶었고, 18년의 세월이 흐른 뒤 자신의 내면에서 프롤로가 어떻게 변해 있을지 스스로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긴 세월만큼이나 프롤로에 대한 그의 해석은 깊어졌다. 그는 “프롤로를 더 내면화하고 더 현실적으로 살아 숨 쉬게 하려고 노력했다”며 “그의 머릿속으로, 영혼으로 정말 들어가 인간성을 부여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젊은 시절의 프롤로가 ‘거친 욕망’을 드러냈다면 지금의 프롤로는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과 인간적인 약점이 두드러진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어떻게 시대를 초월한 명작이 되었을까. 그는 “전 세계적인 성공은 상상조차 못 했다”며 성공의 비결을 “여러 요소의 신비로운 조합”이라고 표현했다. 빅토르 위고의 단순하고 보편적인 이야기, 뤽 플라몽동의 아름다운 가사와 리카르도 코치안테의 멜로디, 그리고 질 마외의 미니멀한 연출이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는 것이다.
76세의 나이에도 그의 창작열은 여전하다. 그는 “삶과 내 직업을 사랑한다. 일하고 작곡할 때 행복하다. 아마 하늘이 주신 선물일 것”이라며 미소지었다. 현재도 2~3개의 새로운 뮤지컬 프로젝트를 동시 진행 중이다.
오랜 시간 음악인으로 살아온 그는 현재 음악 시장에 대해서도 “음악이 너무 쉽게 소비되면서 그 자체의 진정한 가치를 잃었다”고 탄식했다. 좋아하는 가수의 새로 나온 LP 앨범 한 장을 손에 넣기 위해 초조하게 기다리던 시절을 떠올리며 “이제 그런 시절은 갔다. 이것이 인생”이라고 말했다. 특히 노가수는 무료로 제공되는 콘텐츠의 가치 하락을 지적하며 이는 스트리밍 서비스와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무료 공연 관객은 종종 최악입니다. 집중하지 않죠. 반면 티켓을 산 관객은 공연을 갈망하고 즐기기 때문에 훨씬 진지합니다. 공짜인 것은 가치를 잃습니다.”
서울 세종 문화회관에서 9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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