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측에 남북 공동 활동 중재 요청 서신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내년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북한을 초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 청장은 이날 서울 덕수궁 석조전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세계유산위원회는 정말 주요한 대회로, 북한을 초청하고자 한다”며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에게 남북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중재해달라고 서신을 보냈다”고 전했다. 허 청장은 최근 한국을 찾은 테레사 파트리치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 위원장과 아루나 프란체스카 마리아 구즈랄 국제문화유산보존복구연구센터(이크롬) 사무총장 등 유네스코의 주요 자문기구에도 이런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북 간 교류·협력의 무대로 비무장지대(DMZ)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허 청장은 “내년 세계유산위원회 자체는 부산에서 열리더라도 DMZ에서 ‘평화 선언’을 할 수 있도록 검토해보자고 제안했다”며 “DMZ가 역사·문화·자연이 모두 보존된 세계 유일한 공간인 만큼 북한과 공동으로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 어떠냐는 의견도 전했다”고 밝혔다.
허 청장은 2018년 이후 중단된 고려 궁궐터인 개성 만월대의 남북 공동조사를 재개하고, 지난 7월 세계유산에 등재된 금강산의 4대 사찰 중 하나인 유점사의 복원 지원을 위한 협력 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 청장은 “조계종 등 민간단체와 협력하고 외교부·통일부·문화체육부 등 관련 부처와도 상의해가면서 문화유산 분야의 남북교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해보겠다”고 강조했다.


개성 만월대는 본래 송악산 남쪽 기슭에 자리한 고려 궁궐의 정전(正殿) 앞 계단을 의미하지만, 지금은 궁궐터를 통칭하는 말로 사용된다. 북한의 국보 유적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 ‘개성역사유적지구’에 포함돼 있다. 금강산의 유점사는 문재인정부 때인 2018년 북한의 조선 불교도 연맹과 복원 작업에 합의했지만,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진전이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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