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나W 이후 11년 만에 타이틀 방어
세계 랭킹 1위·하드코트 최강자 이름값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 아리나 사발렌카(27·벨라루스·사진)가 US오픈 테니스 대회(총상금 9000만달러·약 1250억원) 여자 단식에서 2년 연속 우승했다.
사발렌카는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여자 단식 결승에서 미국의 어맨다 아니시모바(21·9위)를 2-0(6-3 7-6<7-3>)으로 꺾었다. 올해 윔블던 4강에서 아니시모바에게 당한 패배를 설욕한 사발렌카는 2014년 세리나 윌리엄스(은퇴·미국) 이후 11년 만에 US오픈 여자 단식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면서 우승 상금도 500만달러(약 69억4000만원)를 챙겼다.
올해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 결승에 올랐으나 준우승에 머물렀던 사발렌카는 하드코트에서 강한 면모를 뽐내며 개인 통산 네 번째 메이저대회 단식 왕좌에 올랐다. 이날 승리로 메이저대회 단식 본선 100승을 달성한 그는 2023~2024년 호주오픈, 2024~2025 US오픈까지 하드코트에서만 네 번의 우승을 일궈냈다. 두 대회에서만 2023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결승에 진출할 정도로 사발렌카는 하드코트 위에서 현역 최강자다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키 183cm의 건장한 체격인 그는 20대 초중반만 해도 힘을 앞세운 테니스를 구사했다. 강한 서브와 포핸드 스트로크에 포인트를 낸 뒤 큰소리로 포효하는 모습이 트레이드마크였다. 다혈질적인 성격으로 경기 리듬을 잃을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모습이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어느덧 20대 후반에 접어든 사발렌카는 노련한 경기 운영이 돋보이는 선수로 탈바꿈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과거 자신을 떠오르게 할 만큼 공격일변도로 나온 아니시모바의 강공을 침착한 수비로 대처하면서 상대 실수를 유도했다. 범실 수에서 사발렌카(15개)가 아니시모바(29개)보다 절반가량이나 적었다. 사발렌카는 그전과 달리 득점 후에도 감정을 절제하는 등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집중력이 돋보였다.
사발렌카는 “힘들었던 모든 순간이 오늘을 위한 값진 교훈이 된 것 같다”며 “감정을 통제하지 못했던 지난 두 번의 결승전 이후, 나는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길 바랐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침착함을 유지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최근 메이저 2개 대회 연속 준우승을 한 아니시모바에게 “메이저 결승 패배의 아픔을 나도 알지만 언젠가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위로의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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