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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을 ‘항미원조’라는 中… 정치문화에 어떻게 이용했나

입력 : 2025-09-06 06:00:00 수정 : 2025-09-04 19:25:36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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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된 전쟁, 만들어진 중국/ 한담/ 나름북스/ 2만2000원

 

한국전쟁은 우리에게 가슴 아픈 비극이다. 발발한 지 75년이 넘었음에도 한반도는 여전히 동족상잔의 상처를 안고 분단의 현실 속에 살고 있다. 한국전쟁은 우리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에 영향을 미쳤지만, 그 기억은 조금 다르다. 일본은 직접 참전하진 않았지만, 후방 기지 역할을 담당하며 경제성장의 기회로 활용했다. 중국은 한국전쟁을 ‘항미원조’라 부르며 신중국의 출발점이자, 정체성의 기초로 삼았다.

책은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중국의 기억을 문화적으로 추적한 연구서다. 중국이 기억하는 ‘항미원조’는 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운 전쟁이란 뜻이다. 한국전쟁을 계기로 반미를 앞세운 중국의 이데올로기가 확고하게 굳어졌다. 단순한 군사전투를 넘어 미국 제국주의의 확장을 막고, 중국과 공산주의를 지킨 정의로운 행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가정과 국가는 하나’라는 구호는 국가 이데올로기와 일상 감정을 결합해 강력한 통합 효과를 발휘했다. 중국은 이를 전국적 동원, 문화·영화·연극을 통한 문화 선전으로 확산하며 사회주의 세계관과 계급 질서를 대중의 일상에 스며들게 했다.

한담/나름북스/2만2000원

저자는 한국전쟁 이후 중국을 문화정치학적 차원에서 조망하며 기억의 정치가 어떻게 중국의 서사를 이끌어 왔는지 보여준다. 1950년대에 시작된 ‘항미원조’는 지금까지 중국의 자기 인식과 세계관을 규정하는 역사가 됐다. 중국은 주기적으로 ‘항미원조’를 통해 국민을 조직하고, 잊힐 뻔한 전쟁을 불러내 애국심을 강화하는 장치로 활용했다. 중국에서 대중적으로 크게 흥행한 영화 ‘장진호’(2021)와 ‘저격수’(2022) 등은 전쟁의 역사를 중국이 세계 최강국인 미국을 상대로 거둔 명예로운 승리로 재구성했다. 중국의 문학과 영화, 연극 등에서 전쟁의 기억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시대마다 어떻게 달라졌는지 따라가면, 중국을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이 한국전쟁을 통해 만들어낸 ‘항미원조’의 기억이 결국 오늘날 중국이 미국과 패권경쟁을 벌일 수 있게 한 원동력으로 이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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