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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도시 20년, 이제 남해안 치유관광 거점으로 [지방기획]

입력 : 2025-09-04 06:00:00 수정 : 2025-09-04 11:56:54
순천=김선덕 기자 sd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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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도시 순천, 새 도시비전 제시

전봇대 뽑아 흑두루미 서식지 보호
뚝심 있는 생태수도 조성정책 결실
각종 멸종위기종 세계적 서식지로

문화 콘텐츠·우주방산·바이오 3대축
국가정원·원도심 웹툰 클러스터 조성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조립공장도 유치

생태경제 접목 웰니스 산업비전 제시
체류형 갯벌치유플랫폼 2026년 착공
치유 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 목표

‘대한민국 생태 수도’ 전남 순천시가 1000만명이 방문해 성공적으로 치러낸 정원박람회에 이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견인할 새로운 도시 비전을 제시했다. 인구 감소,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극심해지는 환경에서 순천시는 문화콘텐츠, 우주방산, 그린바이오라는 새로운 3대 도시 경제 축을 내걸었다. 여기에 장기적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수요를 보이고 있는 치유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해 새로운 관광인구와 관계인구를 확보하고 순천을 남해안의 거점 치유 도시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세계의 기업들과 사람들이 몰려들 수 있도록 웹툰·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조성 등 문화콘텐츠 산업 기반을 더욱 단단히 다지고 있다”며 “국내 최대 규모의 우주 발사체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방산과 로봇 등 미래 신성장 산업과 함께 그린바이오산업 육성을 통해 순천을 남해안 바이오산업을 이끌 중심지로 변화시켜 새로운 순천을 열겠다”고 말했다.

순천만국가정원 개울길 광장에서 힐링하는 관람객. 순천시 제공

◆생태도시 20년, 뚝심으로 만들어 낸 도시 혁신

순천시는 20여년 전 ‘대한민국 생태수도’를 선언한 이후, 순천만을 중심으로 일관된 생태 정책을 이어왔다. 특히 흑두루미 서식지 보전을 위해 세계 최초로 전봇대를 뽑아낸 것은 가장 상징적인 출발점이었다.

전봇대 철거와 친환경 농법을 통해 순천만습지를 찾는 흑두루미 개체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순천만은 흑두루미를 비롯해 각종 멸종위기종이 찾아오는 세계적 서식지로 자리매김했다. 이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생태관광객 역시 꾸준히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순천은 ‘생태 보존’과 ‘경제 발전’이라는 언뜻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를 성공적으로 결합한 국내 최초의 모델을 만들어냈다. 이에 지난 1월 순천을 직접 방문한 국제두루미재단(ICF)은 하나의 종을 보전하기 위해 도시의 방향성을 바꾼 순천의 정책 실행력과 철학에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순천만은 한국에서 갯벌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연안습지이자 세계 5대 연안습지로서 약 3㎞ 길이의 강을 따라 5.4㎢의 갈대와 22.6㎢의 갯벌이 형성돼 있다. 넓은 갯벌에는 갯지렁이류와 각종 게류, 조개류 등 갯벌 생물상이 다양하고 풍부해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와 먹황새, 노랑부리저어새를 비롯해 흰목물떼새, 방울새, 개개비, 검은머리물떼새 등 25종의 국제 희귀조류와 220여종의 조류가 이곳을 찾는다.

2023년 개최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7개월 동안 981만명의 관람객을 끌어들이고 전국 517개 기관이 벤치마킹에 나설 만큼 모범적인 국제행사로 치러졌다.

◆문화콘텐츠·우주방산·그린바이오 3대 성장축

현재 전남은 22개 시·군 중 순천과 광양을 제외한 20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인구 감소가 심각한 상황이다. 지역경제를 특정 산업군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현실을 맞이한 것이다.

순천시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문화콘텐츠, 우주·방산, 그린바이오라는 3대 산업축을 새롭게 세웠다. 우선 문화콘텐츠 분야에서는 국가정원과 원도심을 중심으로 애니메이션과 웹툰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로커스, 케나즈 등의 기업이 등기 이전을 마무리했으며, 20여개 콘텐츠 기업이 원도심 내 빈 상가를 리모델링해 입주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15일부터는 ‘뽀롱뽀롱 뽀로로’를 제작한 ㈜아이코닉스와의 협약으로 인기 캐릭터인 ‘잔망루피’와 순천만국가정원을 콜라보한 ‘잔망럭케이션’을 선보이면서 평균 관람객이 2배 이상 늘어났다. 정원과 문화의 시너지가 폭발하고 있는 셈인데 순천시는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글로벌 콘텐츠 페스티벌 ‘올텐가’를 개최해 시민과 기업이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적 기반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우주·방산 산업은 지난 5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발사체 단조립장의 준공을 계기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순천시는 위성데이터센터와 엔진시험 추진시설, 방산클러스터 유치 등 첨단 인프라 확충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바이오산업 역시 승주 지역을 중심으로 그린바이오 전진기지가 조성되고 있다. 전남형 균형발전 300 프로젝트와 바이오 특화 지식산업센터 건립 계획이 추진되는 가운데 순천의 친환경 농업 기반을 접목해 고부가가치 농업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웰니스 등 ‘치유산업’ 비전 제시도

순천시는 습지와 정원이라는 생태경제 그리고 지역경제를 다각화할 3대 산업에 이어 글로벌 수요가 높은 치유산업을 구상하고 있다. 순천만습지와 국가정원, 선암사와 송광사, 용계산 치유의 숲 같은 지역의 자원을 단순한 관광자원으로 소비하지 않고, 웰니스(Wellness)와 치유(Healing)를 결합한 새로운 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핵심 거점은 2026년 하반기 착공 예정인 갯벌치유플랫폼이다. 순천만의 독보적인 생태 자원을 기반으로 조성될 이 시설은 단순한 체험 공간을 넘어 순천시가 추진하는 ‘체류형 치유산업 생태계’의 핵심 거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순천만 갯벌치유관광플랫폼은 람사르 협약 원칙에 근거해 자연과 공존하는 건축으로 설계되며, ‘갯벌 명상’, ‘탐조 치유’, ‘사운드 워킹’, ‘생태 기반 호흡 프로그램’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단순히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수준을 넘어, 숙박·체류형 치유산업 생태계로 확장하겠다는 것이 순천시의 목표다.

순천시의 이러한 구상은 세계 웰니스 시장의 흐름과도 맞물린다. 글로벌 웰니스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세계 웰니스 산업 규모는 약 7000조원에 달하며, 연평균 9% 이상 성장할 초대형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파고 이후 건강·힐링·자연 친화적 체험을 찾는 ‘웰니스 관광’ 부문은 그중에서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순천시는 인구 1만8000명에 불과한 독일의 바트 뵈르스호펜이 매년 90만명 이상의 웰니스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점에 착안해 다층적인 자원을 보유한 순천이 남해안을 대표하는 치유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노관규 순천시장 “콘텐츠 25개사 투자 협약 …지역 고용·상권 활력 기대”

 

“콘텐츠 기업들의 클러스터 입주는 쇠락하는 원도심을 다시 살아 숨 쉬게 하는 침술 전략이 될 것입니다.”

노관규(사진) 전남 순천시장은 문화콘텐츠 관련 기업들이 지역에서 돈을 벌고, 학생들은 일자리를 찾으며 원도심 상권은 활력을 되찾는 선순환 생태계가 구축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노 시장은 3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현재 지역기업 6군데, 관외 기업 19개까지 총 25개사와 투자협약을 맺었다”며 “관외 기업들의 투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순천시의 도시 이미지와 위상이 높아졌다는 뜻”이라고 소개했다.

 

순천시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원도심 권역 내에 조성하는 애니메이션·웹툰 클러스터에 지난 7월부터 순차적으로 입주를 시작한 데 이어 올 연말이면 모두 자리를 잡을 예정이다. 입주 공간은 순천시가 원도심 내 건물주들과 협의해 빈 건물을 리모델링해 저렴하게 임대하는 상생협약을 통해 마련했다.

 

순천시는 ‘대한민국 생태수도’ 선언 이후 정원 조성에 나서며 개발보다는 과감하게 다른 길을 걸어왔다. 노 시장은 “처음 생태수도라는 말을 쓸 땐 천지가 논이고 들인데 웬 정원이냐는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며 “그러나 지금 순천은 생태와 경제가 손잡고 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고 모든 도시가 따라 하고 싶은 도시가 됐다”고 자평했다. 여기에 이미 순천은 생태와 정원의 도시로 국제적 인정을 받았고, 3대 산업 기반 위에 치유산업이 더해진다. 노 시장은 순천이 가진 천혜의 자원들을 연결해 불가피한 인구소멸의 시대에 관계인구와 관광인구를 확보하고 도시의 경제 구조를 재편할 획기적인 기회가 될 것으로 자신했다.

 

현재 골조공사가 마무리 단계인 신청사는 내년 3월부터 순차적으로 사무실 입주를 시작할 계획이다. 노 시장은 “신도심으로 이전하는 타 지자체의 청사와 달리 순천은 원도심에 있는 기존 청사부지와 인근 부지를 최대로 활용해 건립 중”이라며 “신청사가 완공되면 시민광장 조성사업과 연계해 사람이 모이는 새로운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노 시장은 “미래는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며 “시민 여러분과 함께 작지만 강한 도시 순천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순천=김선덕 기자 sd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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