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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족 부정하는 北… 김일성 땐 “‘코리아’로 유엔 가입”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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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02 10:01:00 수정 : 2025-09-02 09:14:42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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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1990∼92년 남북회담문서 공개

“우리 입장은 나라의 분열이 영구 고착되는 것을 막고 통일을 실현하려는 염원으로부터 하나의 국가로 유엔에 들어가는 것”

 

1990년 9월 판문점. 북측은 유엔 가입 문제 관련 실무 접촉에서 남북 단일의석 가입을 주장하며 이같이 말했다. 남북한의 유엔 동시 또는 단독 가입은 ‘두 개 조선 정책’, ‘분열 정책’이라는 것이다. 

 

1990년 9월 5일 서울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1차 남북고위급회담. 통일부 제공

2일 통일부가 공개한 3172쪽 분량의 7차 남북회담문서(1990년 9월∼1992년 9월)에 따르면, 35년 전 북한은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을 ‘분단 영구화’로 여기며 남북이 ‘코리아’라는 이름의 단일 의석으로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깃발은 흰색 바탕에 푸른색 한반도가 그려진 ‘한반도기’를 쓰자고 했다. 이 방안이 아니라면 통일 후 유엔에 가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고수하며 “조한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지난 7월 담화)고 못 박는 지금과는 180도 다른 주장을 펼쳤던 셈이다. 

 

1990년 10월 5일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유엔 가입문제 관련 2차 실무대표접촉. 통일부 제공

당시 남측 대표단은 단일의석 가입은 유엔헌장에 위배된다는 논리로 반박하며 남북 동시 가입을 주장했다. 그 대신 남북은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를 지향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후 북한은 1991년 7월 먼저 유엔 가입을 신청했고 남한은 그다음 달 신청해 1991년 9월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이 이뤄졌다. 그로부터 3개월 뒤 남북은 양측의 관계를 분단국 내부의 민족적 관계로 정의한 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북측이 지금은 유엔 회의, 국제 스포츠 대회 기자회견 등에서 ‘북한’이라고 부르면 공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칭하라고 반발하지만, 과거엔 북측 대표가 스스로를 ‘북한’이라고 부른 사례도 이번 공개 문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91년 12월 5차 고위급회담 당시 북측 대표인 김광진 당시 인민무력부 부부장은 무역 관련 대화 중 “북한 코너에다가는 진짜 북한상품만 놓아야지, 가짜 북한 거 놓지 말고”라고 말했다.

 

또 같은 해 11월 회담에선 북측 대표가 “하루빨리 통일하기 위해 나라를 하나로 만들 생각을 해야지 상주대표부나 설치해서 세월없이 보낼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남북은 5차 고위급회담에서 핵무기뿐 아니라 화학무기 제거를 처음 논의하기도 했다. 당시 북측은 “화학무기 제거하는 것에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면서 “핵무기를 두고서 우리 겨레가 하루도 편안하게 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후 비핵화공동선언에는 합의했지만, 상호 사찰은 거부했다. 

 

1992년 9월 17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8차 남북고위급회담. 통일부 제공

북한이 1985년 국회 회담 예비접촉 이후 꺼낸 불가침선언 채택 주장은 주한미군 철수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도 이번 공개 문서에서 발견할 수 있다. 북측은 1990년 1∼3차 고위급회담에서 “북남불가침 선언을 채택·발표할 것을 제의”한다며 “불가침선언을 채택하면 북남 사이 군축을 하게 되고, 군축을 하면 미군이 남조선에서 철수되어야 하는 논리”가 뒤따른다고 언급했다.  

 

이날 공개된 사료집에는 8차례의 남북고위급회담(1990년 9월∼1992년 9월)과 2차례의 고위급회담 준비 실무대표 접촉(1990년 11월, 1991년 8월), 3차례의 유엔 가입 문제 관련 실무대표 접촉(1990년 9월∼11월) 등의 진행 과정과 회의록이 포함됐다. 회담 문서는 남북관계관리단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열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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