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매니페스토(정책공약) 제도가 20년째를 맞으며 정책선거 발전에 일정 역할을 했지만, 정당 간 차별성 부족과 사후 관리 체계 미흡 등 개선 과제도 제기됐다.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개최한 2025년도 정책선거 학술세미나에서 선거연수원 김진주 사무관은 ‘정책선거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매니페스토의 현황과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김 사무관은 매니페스토가 1834년 영국 탬워스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로버트 필 수상이 최초로 도입됐고, 1906년 영국 노동당이 매니페스토를 문서화했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는 2006년 일본의 매니페스토 운동 영향 등을 받아 도입됐다.
세계일보는 매니페스토가 국내에 본격 도입되기 전인 2005년부터 이를 알리는 기획보도를 시작했다. 매니페스토는 정당이 집권 시 수행할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공식 문서로, 정책의 차별성·구체성·실현가능성을 핵심 요소로 한다.
선관위는 2006년부터 매니페스토 정책선거를 추진해 당내경선 도입 권장, 정책비교프로그램 운영, 공약은행 확대 등을 통해 정책 중심 선거문화 조성에 기여했다. 현재는 선관위 홈페이지 내 ‘정책·공약 마당’ 사이트를 통해 정당과 후보자의 정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정당과 후보자 간 정책 차별화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제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주요 공약을 비교한 결과, 민생 돌봄, 기후위기 대응, 소상공인 지원 등 여러 분야에서 유사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자 인식 조사에서도 지역구 후보 간 공약 차별성에 대해 55.2%가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응답했다.
현재 유권자들의 투표 결정 요인을 보면 소속 정당(44.4%)이 1위, 정책·공약(25.0%)이 2위로 나타나 여전히 정당 중심 투표 행태가 우세한 상황이다. (한국정치학회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한 웹 조사, 20204년 4월2∼5일, 전국 18세 이상 국민 1000명 대상 조사)
김 사무관은 공약의 구체성과 실현가능성 평가에서 응답자의 절반 가량이 긍정적으로 답했다고 했다. 또 공약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 간에는 높은 상관관계(0.459)를 보였다.
김 사무관은 매니페스토의 효과적 작동을 위해서는 선거공약 → 정책집행 → 검증·평가 → 다음 선거로 이어지는 사이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약 이행에 대한 체계적 평가와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어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인한 허위정보 증가와 뉴미디어·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정보 확산 등 새로운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선거 방안도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김 사무관은 제시했다.
세미나에서는 전북대 이선우 교수의 ‘제21대 대통령선거 분석을 통한 정책선거 발전 연구’ 발제와 함께 정당·정치학계, 언론, 시민단체 전문가들의 토론이 진행됐다. 중앙선관위는 “정책선거 발전을 위한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 지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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