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재단과 SK그룹 간 사업 협력이 갈수록 강화되는 분위기다.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간 ‘사회적 가치’라는 공통분모가 기반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한국을 찾은 빌 게이츠 이사장은 2박3일의 짧은 일정 동안 최태원 SK 회장을 비롯한 SK 측 인사들과 세 차례나 만날 만큼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다.
양측은 소형모듈원전(SM), 바이오 등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단순한 사업적 논의 외에 양측의 이번 만남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어 더 의미가 깊었다.
게이츠 이사장은 1990년대 글로벌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사재를 출연해 재단을 만들었다. ‘모두가 이익을 얻는 성장’이라는 목표에 맞춰 저소득 국가를 위한 백신을 개발하거나 치료제를 보급하는 등의 글로벌 보건 개선 활동을 활발히 펴왔다.
SK는 사회적 가치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회사가 창출하는 모든 가치를 사회적 가치로 정의하고 사회적 가치 기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고객, 비즈니스파트너, 주주, 사회 등 이해관계자의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게이츠 이사장은 2022년 방한 당시에도 이 같은 SK의 사회적 가치 경영을 듣고 깊은 공감을 표했다. 특히 게이츠 이사장은 민간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왔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최 회장이 오랫동안 추진해 온 사회성과인센티브(SPC)와 DBL(Double Bottom Line·재무적 성과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 추구) 경영, 신기업가 정신 등에도 깊은 공감을 나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츠 이사장과 최 회장은 ‘성과 측정’을 중요시한다는 점도 같았다. 최 회장은 2013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사회적 가치 측정과 그에 따른 보상’을 최초로 제안했으며, SK그룹은 2018년부터 매년 각 계열사가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화폐 가치로 계량화해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그룹의 경제 간접 기여성과·환경성과·사회성과 세 가지 분야에서 창출한 사회적 가치는 25조8000억원에 달한다.
게이츠재단은 단순 기부가 아니라 과학적 근거와 계량화된 성과에 기반한 ‘투자형 자선’을 실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액션이 가능한 측정’과 근거 중심의 평가를 토대로 활동하고 투자 대상 선정 시에도 장기적으로 측정 가능한 효과 및 글로벌 접근성 등을 활용하고 있다.

SK그룹과 게이츠재단은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협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게이츠재단은 연간 500만명 수준인 아동 사망자 숫자를 200만명으로 줄이려는 재단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80조달러를 질병 퇴치에 쏟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개발·생산 역할이 필요하다.
앞서 2013년 게이츠재단은 SK케미칼(현 SK바이오사이언스)에 장티푸스 개발 자금을 지원하고 이후 로타바이러스 등으로 협력을 확대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국제기구 감염병예방혁신연합(CEPI)과 게이츠 재단 지원을 받아 SK바이오사이언스가 ‘스카이코비원’을 개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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