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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탁상행정’ 고교학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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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27 22:47:26 수정 : 2025-08-27 22:47:25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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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는 고교생이 대학 수업처럼 자기 적성과 선호도 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해 졸업하는 제도다. 학생들은 공통과목 외에 다양한 교과목을 선택한 뒤 이를 이수해 누적 학점이 192점 이상이면 졸업할 수 있다. 다만 과목출석률(수업 횟수의 3분의 2 이상)과 학업성취율 40%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입시 위주의 획일적 교육 과정에서 벗어나겠다는 취지로, 문재인정부가 밑그림을 그렸고 윤석열정부가 실행했다. 정부는 올해 1학기에 고교 1학년을 대상으로 도입한 데 이어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고교 전 학년으로 확대해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불과 한 학기 만에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대학 입시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학생들은 적성보다 내신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려고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과목 간 연계성을 고려해 3년간의 수강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겐 버거운 일이다. 이 틈새를 파고든 사교육업체들이 불안을 부채질하며 컨설팅과 선택과목 전문강좌를 늘리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정보 부족을 호소하며 너도나도 입시 컨설팅 업체를 찾는 게 현실이다.

교사들은 여러 과목을 동시에 가르쳐야 하는 부담에 더해 과목별 출결 관리, 생활기록부 작성 등 늘어난 행정업무에 허덕이고 있다. 고교학점제의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서는 다양한 과목에 전문성을 갖춘 교사들이 충원돼야 하는데, 신규 교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설문에 따르면 교사의 절반 이상(54.9%)이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교원의 희생으로 제도가 겨우 유지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교육부가 최근 수업 이수 기준을 출석률과 학업성취율 둘에서 출석률 하나로 변경하는 것을 포함한 개선 방안을 국가교육위원회에 보고했다고 한다. 이 정도 땜질식 보완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듯하다. 학교 현장과 입시 제도를 모두 고려한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고교학점제, 인공지능(AI) 교과서같이 준비가 부실해 교육 현장에 혼란만 키우는 ‘탁상행정’이 더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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