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印·獨 등 17개국 900명 참가
드론·자율주행… 46개 종목 겨뤄
정책 제안·국제기술표준 토론도
이벤트 넘어 실전 테스트장 기대

이종 보행 로봇이 바로 앞에 보이는 공을 잡도록 코딩했지만, 생각처럼 움직여주지 않았다. 잡은 공을 농구 골대 안으로 통과시키는 것이 미션이다. 로봇은 괜한 몸만 이리저리 비틀다 고꾸라지지만, 오히려 짜릿함에 재미는 배가 됐다. 100여명의 관람객이 둘러싸고 이 장면을 모두 카메라에 담았다. 이윽고 캐나다 메니토바대학교 스노보터스팀 로봇이 팔을 번쩍 들어 던진 공이 작은 농구 골대에 정확히 들어가는 순간 숨죽여 지켜보던 관람객들은 일제히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농구하는 것을 한 번도 학습한 적이 없는 로봇이 카메라로 공과 골대의 위치와 거리를 계산해 행동으로 옮긴 장면이다.
12일 대구 전시컨벤션센터인 엑스코(EXCO) 서관에서 열린 ‘세계로봇스포츠연맹(FIRA) 로보월드컵 앤 써밋 2025’ 현장에는 최첨단 로봇을 체험하려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이 특히 많았다. 로보월드컵에는 미국, 캐나다, 브라질, 중국, 독일, 인도 등 17개국 로봇 분야 인재 900여명이 참가해 로봇스포츠, 자율주행차, 드론 등 46개 종목에서 직접 코딩한 로봇을 활용해 경쟁을 펼쳤다. 15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는 미래 로봇산업을 이끌어갈 인재들을 위한 교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로봇 농구대회장 맞은편에선 역도 대결이 열렸다.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 두 발로 걸어가다 잠시 멈춘 뒤 코딩한 대로 미니 바벨을 손으로 잡고 가볍게 어깨 위로 들어 올렸다. 단체로 옷을 맞춰 입은 초등학생 10여명이 신기한 표정으로 이 장면을 바라봤다. 행사장을 찾은 박수진(12)군은 “로봇을 너무 좋아해 부모님과 함께 왔다”며 “미래에 로봇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관람객들 이목이 집중된 종목은 단연 2대 2 축구였다. 축구 로봇은 인공지능(AI) 기반 시각 센서를 탑재해 공을 인식한다. 리모트 컨트롤러(누르미) 같은 건 없다. 아직은 다소 느리고 둔탁한 움직임 때문에 박진감을 느끼긴 어려웠지만 전시장의 흥미를 더했다. 빠르게 움직이는 과녁을 활로 명중시키는 양궁 경기는 이날의 백미였다.

‘윙윙~’ 소리와 함께 열린 드론 경기도 여전히 인기였다. 바닥에서 떠오른 드론은 높낮이가 각각 다른 8~10개의 게이트를 통과해야 하지만 미션은 절대 쉽지 않아 보였다. 트랙을 달리는 자율주행차도 지켜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국내외 로봇 연구자와 학생 250여명이 참여한 ‘써밋’에서는 로봇·AI 관련 정책 제안과 국제기술표준 논의도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흥미로운 이벤트를 뛰어넘어 로봇 기술력의 실전 테스트장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쿠오양 투 FIRA 회장은 “비디오게임이 일렉트로닉 스포츠로 발돋움해 올림픽 진출까지 넘보는 것처럼 로봇스포츠도 로봇산업과 함께 급속도로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영수 대한로봇스포츠협회장은 “로봇스포츠를 통해 로봇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질 수 있다”며 “로보월드컵을 통해 AI와 로봇 등 첨단 공학자를 꿈꾸는 청소년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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