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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축구계 족적 남긴 문기남 前 감독 별세

입력 : 2025-08-11 02:14:56 수정 : 2025-08-11 02:14:55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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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서 선수·지도자로 이름 알려
2003년 가족과 탈북 뒤 韓 귀순
울산대 감독 맡는 등 南서도 활약

북한 남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낸 뒤 탈북해 한국에서도 지도자의 길을 걸었던 문기남 전 울산대 감독이 지난 9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7세.

 

1948년 평북 정주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광산업을 하던 부친 문정찬씨가 1950년 월남하자 외가가 있던 평양에서 자랐다. 1965년 로동자체육단에 입단한 뒤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빠른 발을 앞세워 스트라이커로 명성을 떨쳤다. 이후 평양연극영화대학을 졸업한 그는 1965년 북한 20세 이하(U-20) 국가대표팀에 선발됐고,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에는 국가대표팀 일원으로 참가했다. 그러나 부친의 월남으로 ‘월남자 가족’이라는 꼬리표가 문 전 감독의 삶에 긴 그늘을 드리웠다.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이후 ‘불순세력’으로 몰려 량강도로 추방됐다. 이후 복권돼 국가대표팀에 다시 합류했다가 1981년 국가보위부 5국 소령 및 은파산체육단 선수 겸 감독이 됐다.

 

1990년 U-20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아 아시아 청소년 축구 선수권대회 준우승을 이끌었고, 1991년 세계 청소년 축구 선수권대회(포르투갈) 남북 단일팀 북측 코치로 합류해 8강 토너먼트 진출에 힘을 보탰다. 그는 북한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199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축구 선수권 대회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1999∼2000년 북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지만 2000년 AFC 아시안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뒤 물러났고, 북한축구연맹 경기처 상급부원(기술위원)으로 활동했다.

 

2003년 8월 부인과 자녀 4명을 데리고 탈북한 그는 2004년 1월 한국으로 귀순했다. 고인은 울산대 감독에 취임한 2005년 전국체전에서 팀의 준우승에 기여했고 지도자상을 받았다. 2009년까지 지휘봉을 잡은 뒤 2010년 울산과학대 여자 축구부 고문으로 위촉됐다.

 

두 아들도 북한에서 축구선수로 활약했다. 귀순 후 한 때 축구 심판으로 활동했던 장남 경민씨는 연세대 체육교육학과를, 차남 경근씨는 서강대 법학과를 각각 졸업했다. 경근씨는 “아버지는 곧 남북통일이 될 거고, 그때는 저희(자녀들)가 고향에 가서 남북한의 가교로 활약해야 한다고 생각하셨다”며 “그래서 한국에서 꼭 대학에 들어가야 하고, 여기서 배운 걸 가지고 북한 정착을 도우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빈소는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 201호실, 발인은 12일 오전 5시.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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