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물폭탄’에 맞서… 온몸으로 시민 구조한 영웅들

입력 : 2025-08-07 06:00:00 수정 : 2025-08-07 01:00:15
아산=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아산에 7월 이틀 새 400㎜ 폭우
車 급류 휩쓸려 운전자 수몰 위기
읍장 등 공무원 3人 나서 무사 구조
로프 활용·맨몸으로 나선 의인들도

“수마(水魔)가 눈 깜짝할 사이 사람 목숨을 삼킬 수 있는 상황에서 동료들과 소중한 생명을 지켜내면서 공무원의 사명과 역할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겼습니다.”

지난달 충남 아산지역에 기록적인 폭우 속에서 두 사람의 목숨을 구한 심용근(57) 염치읍장은 “위급상황 시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공직자로서 당연한 책무”라며 이같이 말했다.

(왼쪽부터) 박현우, 심용근, 최욱진, 홍성표, 윤기호

6일 아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16∼17일 아산시엔 400㎜가량의 폭우가 쏟아져 수백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지만 인명피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공무원과 시민들의 용기 있는 구조활동과 행정기관의 신속한 현장대응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 읍장은 지난달 17일 저지대 침수가 잇따르자 이른 새벽 염치읍 행정복지센터로 출근했다. 동이 트자 곧바로 최욱진 산업팀장, 박현우 주무관 등 직원들과 현장점검을 시작했다. 오전 8시가 채 안 된 시간, 곡교지하차도 인근을 지날 때였다. 교통 통제가 이뤄지기 전 지하차도로 진입하려던 승용차 한 대가 순식간에 차오른 물에 잠겨 휩쓸리는 상황을 목격했다. 차량은 이미 절반 이상 물에 잠겨 있었고, 운전자는 앞좌석 창문을 통해 가까스로 빠져나와 엔진룸 보닛 위에 올라가 새파랗게 질린 모습으로 “여기요∼ 살려 주세요∼ 살려주세요∼”를 외치고 있었다.

먼저 최 팀장이 물속으로 들어갔지만 거세지는 물살에 황급히 빠져 나왔다. 구조 기구를 찾던 심 읍장과 박 주무관이 마침 인근 편의점 업주가 제공한 튼튼한 전선을 구조 로프로 활용해 차량 운전자를 무사히 끌어냈다. 염치읍 공무원들의 수해 예찰활동이 없었다면 승용차 운전자가 목숨을 잃을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심 읍장은 같은 날 오전 11시쯤 새마을지도자 홍성표씨와 함께 컨테이너 창틀을 붙잡고 급류에 빨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 간신히 버티고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심 읍장과 홍 새마을지도자는 인근에 설치돼 있는 현수막 여러 장을 꼬아서 연결하고 로프로 활용해 시민 1명을 구조했다.

물에 빠진 노인을 구하기 위해 맨몸으로 웅덩이에 뛰어든 용감한 시민도 있었다. 육계 유통사업을 하는 윤기호 대표는 곡교1리에서 물에 빠진 80대 김모씨를 구조했다. 윤 대표는 이날 오후 3시쯤 공장 신축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마을을 지나던 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노인이 갑자기 중심을 잃고 마을 하천에 빠진 것을 목격했다. 오전까지 물에 잠겨 있던 마을은 물이 다소 빠지긴 했어도 아직 곳곳엔 고인 물이 남아 있었다. 노인이 빠진 곳은 중간에 급격히 물이 깊어진 곳이었다.

윤 대표는 주저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어 발이 바닥에 닿는 구간까지 접근해 허우적대는 김씨를 얕은 곳으로 힘껏 밀어내고 자신도 물 밖으로 대피했다. 그는 “사람 목숨이 걸린 일인데 누가 됐든 그냥 지나치지 못했을 것”이라며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고 다시 그런 상황을 만나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앳하트 서현 '여신 미모'
  • 앳하트 서현 '여신 미모'
  • 엄정화 '반가운 인사'
  • 이엘 '완벽한 미모'
  • 조여정 ‘아름다운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