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토킹 살인·상해 사건이 잇따라 충격을 주고 있다. 그제 울산에서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고 있던 20대 여성이 직장 앞에서 스토킹범이 휘두른 흉기에 수차례 찔려 중태에 빠졌다. 지난 26일 경기 의정부에서 스토킹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 만에 유사한 사건이 또 발생한 것이다. 지난달 대구 달서구에서도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던 여성이 40대 스토킹범에게 살해됐다. 허술한 스토킹 대응 시스템과 사법당국의 소극적 조치가 부른 비극이란 비판이 거세다. 공권력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살해 위협에 노출된 여성이 얼마나 될지 우려스럽다.
문제는 기존의 스토킹 대응 시스템이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다. 울산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경찰에 두 차례 신고했지만 범행을 막지 못했다. 경찰은 서면경고부터 통화 금지·구치소 유치 등을 모두 신청했지만, 검찰은 가해자가 초범이라는 등의 이유로 구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정부 사건 피해자도 세 차례 스토킹 피해 신고를 했지만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 당시에도 경찰이 피해자 접근금지 등 잠정 조치를 검찰에 신청했으나, 검찰은 “스토킹을 지속적·반복적으로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대구 살해사건은 경찰이 가해자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뒤 벌어졌다. 검경, 법원이 너무 안이하게 대응한 것 아닌가.
스토킹 범죄 신고 건수는 2021년 1만4509건에서 지난해 3만1947건으로 3년 새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경찰이 직권으로 접근 금지 명령 등을 내리고는 있지만 이런 조치들은 사실상 가해자의 자발적 협조에 기대고 있는 수준이다. 이 정도로는 안 된다. 스토킹은 자발적으로 행동이 중단되기 어렵기 때문에 분리 조치가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다. 미국·영국·프랑스 등에선 보복범죄, 피해자 위해 관련 내용은 독자적 구속 사유다. 수사 기관과 법원은 전자발찌 부착이나 가해자 구속 등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그제 긴급 지휘부 회의를 열고 스토킹 범죄에 보다 강화된 조치를 시행키로 했다. 스토킹·교제폭력 등 ‘관계성 강력범죄’가 발생한 경우, 관할 시·도 경찰청장이 본청에 직접 진행 상황과 대책을 보고하고, “검찰에 가해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유치장 유치 등 잠정조치를 적극 요청하라”는 지침도 하달했다. 검찰, 법원의 조치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더는 억울한 죽음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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