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저가 격차 최고치 경신…“주거 사다리 붕괴 우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14억원을 넘어섰다. 고가와 저가 아파트 간의 가격 격차를 나타내는 ‘양극화 지표’ 역시 역대 최고 수준으로 확대되며 자산 양극화 우려가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30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7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4억572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1.28% 상승한 수치로, 사상 처음으로 14억원선을 돌파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지난 4월 처음으로 13억원(13억2965만원)을 넘어선 뒤 불과 3개월 만에 1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강남권(11개구)의 평균 매매가가 17억6410만원, 강북권(14개구)은 10억364만원으로 나타났다. 강북권 아파트 평균가가 10억원을 다시 넘은 것은 2022년 11월(10억642만원)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3개월 만에 1억원↑…서울 아파트값 ‘가파른 상승세’
서울 아파트값의 상승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속도는 다소 둔화됐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43% 오르며 2021년 9월(1.69%)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으나, 이번 달에는 상승률이 소폭 낮아졌다.
고가와 저가 아파트 간의 가격 격차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은 전국과 서울 모두에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5분위 배율이란 아파트 가격을 순서대로 5등분해 상위 20%(5분위)의 평균 매매가를 하위 20%(1분위)의 평균 매매가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클수록 양극화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7월 기준 전국 아파트의 5분위 배율은 12.0, 서울은 6.5로 각각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비싼 20% 아파트 가격이 가장 저렴한 20%보다 12배, 서울은 6.5배 더 비싸다는 뜻이다.
◆전문가들 “이젠 실수요자 접근 어려워져”
전문가들은 단순한 가격 상승 이상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한 부동산시장 분석가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4억원을 넘은 것은 시장 내 고가 주택 중심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신호”라며 “5분위 배율 상승은 자산 격차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흐름은 실수요자의 주거 진입 장벽을 더욱 높이고, 중저가 주택 실수요층의 주거 사다리를 붕괴시킬 우려가 크다”며 “심리적 박탈감과 구매 포기 현상까지 확산되면 시장의 불균형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주택 공급 확대만으로는 이러한 양극화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
“지역 간 균형 발전, 다양한 가격대 주택의 실질적 접근성 보장, 실수요자 맞춤형 정책 등 복합적이고 정밀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주거 안정성과 시장 균형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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