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 낀 ‘갓성비’ 파크골프장… “맘껏 치려고 화천에 이사왔죠” [지방기획]

‘산천어 파크골프장’ 인기

4년 동안 168만명 찾아… 절반이 외지인
입장료 싸고 도구 단순해 중장년층 열광
2026년 3곳 추가 개장 年 100만명 방문 기대

부부 동반·왕중왕전 등 연중 이색 대회
7월에는 암 환우 경기 열어 쾌유 기원
전국 첫 실업팀 창단 저변 확대 노력도

“코스 설계 변경할 때 목소리 적극 반영
체전 종목 채택 등 정부·道 차원 지원을”

“파크골프 치려고 화천으로 이사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 파크골프 매력에 빠져 전국 내로라하는 파크골프장을 순회했다는 김모(63)씨는 올해 초 강원 화천군으로 이사했다. 파크골프 성지로 유명한 화천에서 매일 파크골프를 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전국에서 유일한 ‘화천군 파크골프 실업팀’에 입단하고 싶다는 소망도 그를 이끌었다. 김씨는 “국내 최장 거리에 코스가 다양한 산천어파크골프장은 라운딩을 나갈 때마다 새롭다”며 “북한강 수변을 따라 골프장이 조성돼 풍광도 일품”이라고 추천했다.

화천 산천어파크골프장 전경. 화천군 제공

전국이 파크골프 열풍이다. 특히 50·60대를 중심으로 선풍적 인기다. 가성비가 가장 큰 매력이다. 파크골프 채 하나만 들고 나가면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 입장료는 대부분 3000원 안팎으로 저렴하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점,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운동할 수 있다는 점, 답답한 실내가 아닌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파크골프 열풍, 그 중심에 화천군이 있다.

◆파크골프 성지 화천군, 매년 42만명 찾아

9일 화천군에 따르면 산천어파크골프장 1구장을 조성한 2021년 7월부터 지난달까지 화천 파크골프장을 찾은 누적 방문객은 168만1655명에 달한다. 화천 인구가 2만2500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인구 20배에 달하는 사람이 파크골프를 치려고 매년 화천을 찾은 셈이다. 눈에 띄는 점은 방문객 중 절반 이상이 외지인이라는 사실이다. 주말·평일 할 것 없이 서울, 부산, 제주 등 전국에서 파크골프 동호인들이 몰려든다.

화천이 파크골프 성지로 통하는 첫 번째 이유는 파크골프장이다. 군이 처음 파크골프장을 조성한 건 2018년이다. 하남면 용암리 일대에 18홀 규모로 만들었다. 파크골프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던 시기다. 이곳에서 파크골프를 처음 접한 최문순 화천군수는 재미있는 데다 운동효과가 상당해 중·장년층 사이 인기를 끌겠다고 직감했다. 최 군수는 즉시 담당 공무원들을 파크골프가 시작된 일본으로 출장을 보냈다. 국내 몇 개 없었던 파크골프장도 돌아보도록 했다.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2021년 하남면 거례리 일대에 산천어파크골프장 1구장이 완공됐다. 다음해 바로 옆에 2구장이 문을 열었다. 1·2구장은 개장부터 문전성시를 이뤘다. 국내 최대 규모에 4개 코스를 운영, 초보부터 숙련자까지 즐길 수 있도록 한 점이 주효했다. 북한강 수변을 따라 파크골프장을 만들어 라운딩 내내 자연을 만끽할 수 있게 한 점도 인기 요인이다. 넓은 무료 주차장과 편의시설을 갖추고 새벽·야간 라운딩이 가능하도록 조명시설을 둬 차별화했다.

군은 사내면과 간동면, 하남면 일대에 각각 18홀 규모 파크골프장을 추가로 조성 중이다. 동호인들 의견을 반영해 화천만의 특색을 가진 구장으로 꾸미고 있다. 내년 하반기까지 모든 시설이 완공되면 화천에는 6개 구장, 총 180홀 규모 파크골프장이 갖춰지게 된다. 군은 연간 방문객이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1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한다.

◆연중 이어지는 대회, 환우 대상 대회 신설

화천이 파크골프 메카로 불리는 또 다른 이유는 갈고닦은 실력을 뽐낼 수 있는 각종 대회가 연중 이어지기 때문이다. 매년 3월이면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즌오프 전국 파크골프 대회’가 열린다. 6월부터는 ‘전국 부부 파크골프 대회’가 시작된다. 부부나 남매 등 가족이 혼성으로 팀을 이뤄 출전해야 한다. 전국에서 유일한 부부 대상 대회로, 대회에 출전한 부부들 금실이 좋아졌다는 증언이 이어진다.

9∼10월에는 국내 대회 중 참가 인원이 가장 많은 ‘산천어 파크골프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남녀 우승상금은 각각 3000만원으로 파크골프 대회 중 가장 많다. 도전자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 10∼11월에는 국내 파크골프 최강자를 가리는 ‘전국 파크골프 왕중왕전’이 대미를 장식한다. 시즌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이 대거 참여하는 대회로, 한 달 가까이 강도 높은 경기를 치른다. 덕분에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난달 화천 산천어파크골프장에서 열린 부부 파크골프 대회 참가자가 티샷을 준비하고 있다. 화천군 제공

군은 이전까지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대회를 올해 연달아 선보인다. 우선 8일 시작돼 30일까지 열리는 ‘암 극복 건강 전국 파크골프 대회’다. 암을 앓았던 환우들이 파크골프를 통해 건강을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련했다.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등록된 암 병력자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예선 참가비(2만원)와 결선 참가비(4만원)는 모두 화천상품권으로 돌려준다.

10월에는 고혈압, 당뇨 등 기저질환자를 대상으로 ‘기저질환자 전국 파크골프 대회’가 개최된다. 정확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기저질환을 앓고 있거나 과거 병력이 있다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군은 가벼운 스윙과 걷기를 반복하는 유산소 운동인 파크골프를 통해 암 환우와 기저질환자들이 건강을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두 대회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군은 파크골프가 지역주민 생활체육으로 뿌리내리도록 저변 확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군은 지난해 전국 최초로 파크골프 실업팀을 창단했는데, 선발된 선수들이 군민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23년부터는 지역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참여하는 어린이 파크골프 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수업에는 담임교사와 파크골프 지도자 자격증 소지자가 참여한다. 군은 수업에 필요한 장비를 지원한다.

파크골프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김준동 화천군 홍보팀장은 “전국 대회는 예선부터 본선까지 한 달 정도 이어진다”며 “이 기간 많은 분이 화천에 머물면서 지역경제에 활력이 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천에서 숙박하시는 분들에게 파크골프 무료 라운딩 기회를 제공하는 등 혜택도 다양하다”며 “많은 분이 화천에서 파크골프를 즐기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파크골프 마니아’ 최문순 화천군수 “매일 새벽 골프장 돌며 주민 의견 듣죠”

“파크골프 치러 오세요.”

최문순(사진) 강원 화천군수는 유명한 파크골프 마니아다. 매일 오전 6시면 파크골프장으로 간다. 이곳에서 만난 지역주민들과 2시간 동안 36홀을 돈다. 파크골프장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은 없는지,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간다고 한다. 현장의 목소리는 파크골프장 관련 정책에 반영될 때가 많다. 최 군수는 “직접 보고 듣고 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많다”며 “주민들 의견은 특히 코스 설계를 변경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최 군수의 이런 노력 덕분에 화천은 파크골프 동호인들 사이 성지로 불린다. 파크골프 발상지 일본에서도 화천을 주목할 정도다. 지난해 말 일본파크골프협회 관계자들이 운영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며 화천을 찾았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화천을 ‘K파크골프 성지’로 소개했다. 최 군수는 “화천이 대한민국 파크골프 중심지는 물론 세계적인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최 군수는 사람들이 파크골프를 통해 건강을 지켰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몇 년 전 건강이 악화했다는 그는 “집에만 있으면 몸이 처지겠다는 생각에 꾸준히 파크골프장에 나갔다”며 “힘이 없어 친구에게 티샷을 쳐달라고 하면서 3개월간 라운딩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매일 걷다 보니 조금씩 기력이 회복됐다”며 “지금은 파크골프를 치면서 7000∼8000보를 걸어도 거뜬하다”고 웃음을 지었다.

파크골프를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팁을 전수해달라고 하자 최 군수는 ‘에티켓’을 강조했다. 그는 “잘 못 쳐도 괜찮다. 다른 사람 한 번 칠 때, 두 번 치면 된다”며 “함께 운동하는 사람을 배려하겠다는 마음만 가지고 오시면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화천군민은 파크골프장 입장료가 무료다. 장비도 무료로 빌려준다”며 “언제든 와서 즐기시라”고 덧붙였다.

파크골프를 육성 중인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에 조언을 부탁하자 최 군수는 “과거 화천이 산천어축제를 크게 성공시키자 전국 각지에서 비슷한 얼음낚시 축제가 난립한 적이 있다”며 “지금까지 남아 있는 축제는 손에 꼽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파크골프도 마찬가지다. 규모로 승부할 시점은 지났다”며 “지역만의 특색을 담은 파크골프장을 만들고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대회를 고민한다면 좋을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 군수는 중앙정부와 광역단체의 지원도 요청했다. 최 군수는 “파크골프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업팀이 늘고 저변이 확대되려면 파크골프가 전국체전이나 도민체전 공식 종목으로 채택돼야 한다”며 “관심을 갖고 지원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화천=배상철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