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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감독’ 하겠다고 KT 코치직 집어던진 종범神보다 더 비난 받아야 할 대상은 따로 있다… KBO리그, 야구팬 모두 무시한 ‘최강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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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29 09:00:00 수정 : 2025-06-29 18: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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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이런 말이 있었다. ‘투수는 선동열, 타자는 이승엽, 그리고 야구는 이종범’. 한 시즌 30홈런 이상을 때려낼 수 있는 장타력에 여전히 한 시즌 최다 도루로 남아있는 84도루를 해낼 정도로 출루만 하면 상대 배터리를 벌벌 떨게 했다.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 수준의 호타준족에 빼어난 센스를 기반으로 한 수비, 여기에 팬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스타성까지. 현역 시절 이종범은 해태-KIA팬들로부터 ‘종범神’이라고 불리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러나 ‘지도자 이종범’은 ‘선수 이종범’의 명성에 크게 못 미쳤다. 고향팀인 KIA의 감독 후보로 매번 거론됐지만, 끝내 감독직을 맡진 못했다. 그리고 이제는 아마도 KBO리그의 감독을 맡기는 영원히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종범 코치가 2025시즌 도중 KT 코치직을 박차고 떠났다. 이유는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의 사령탑을 맡기 위해서다.

이종범 코치는 이번 주 초 KT 구단과 면담을 갖고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해태 왕조’를 함께 일궈냈던 이강철 KT 감독은 물론 KT 구단도 만류했으나 이종범 코치의 의사를 존중해 지난 27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KT 관계자는 “이종범 코치가 주초에 이강철 감독님을 비롯해 구단과 면담을 나누고 퇴단을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이 코치의 시즌 도중 퇴단을 놓고 후폭풍이 꽤 오래갈 모양새다. 프로팀 코치가 시즌 도중 갑작스럽게 사임한 이유가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라는 것 때문이란 이유가 알려지면서 KT 팬들은 물론 야구 팬 전체로부터 비판을 넘어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KT가 한창 중위권에서 치열한 순위싸움을 펼치고 있는 중요한 상황에서 예능 출연을 이유로 코치직을 사퇴한다는 것 자체가 책임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행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시즌 중 퇴단으로 인해 이종범 코치는 KBO리그의 지도자로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이종범 코치에 대한 비난이 여론이 워낙 거세기 때문에 가려져 있지만, 이번 사태에서 더 비난을 받아야 할 이들은 따로 있다. 바로 JTBC가 새로 런칭하는 ‘최강야구’의 제작진이다.

 

이종범 코치가 사령탑으로 부임하는 것으로 알려진 ‘최강야구 2025’는 새 프로그램이다. 지난 시즌까지 ‘최강야구’를 이끌었던 장시원 PD의 제작사 CI과 JTBC가 경영권과 저작권을 둘러싸고 분쟁이 벌어지면서 장시원 PD의 C1은 기존 최강야구 출연진을 데리고 나와 ‘불꽃야구’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을 리뉴얼했다. 이에 JTBC도 ‘최강야구’라는 타이틀을 달고 야구 예능 프로그램을 새로 제작하기로 한 것이다.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유니폼을 입은 이정후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입단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뉴스1

‘최강야구 2025’ 제작진으로서는 ‘불꽃야구’의 아류라는 딱지를 떼기 위해선 슈퍼스타급의 존재감을 가진 감독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이종범 코치는 안성맞춤이었다. KBO리그에선 감독직을 맡아보진 못했지만, 선수 이종범의 명성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종범 코치를 사령탑으로 보유하고 있다면 메이저리그 시즌이 끝나면 그의 아들인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출연도 기대해볼 수 있다. 이종범 코치의 이름값에다 이정후까지 출연가능? 장시원 PD가 이끄는 ‘불꽃야구’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최상의 카드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강야구 제작진이 간과한 게 있다. 그들은 고액의 출연료와 화제성을 무기로 현역 KBO리그 선수나 지도자들을 얼마든지 빼올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이종범 코치에게 사령탑 자리를 제안했을 것이다. 그래도 ‘불꽃야구’에 대한 견제가 아무리 급했어도 최소한의 상도는 지켰어야 한다. 이미 KBO리그 시즌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현역 코치를 사령탑으로 ‘하이재킹’한다는 것은 이들 제작진이 KBO리그는 물론 KBO리그를 응원하는 야구팬들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이 코치를 사령탑으로 섭외하는 과정에서 그의 소속팀인 KT에는 그 어떠한 양해를 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계에서는 시즌 중에는 당연히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없고, 비 시즌에도 다른 팀의 코치를 여입할 때는 기존 팀에 양해를 구하는 게 오랜 관행으로 굳어져있다. ‘최강야구’는 하루빨리 ‘불꽃야구’에 대항하는 새 프로그램 제작에 눈이 멀어 최악의 만행을 저지른 셈이다. 

 

‘장시원 PD가 제작하던 시절의 최강야구’는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나 지도자들 빼오는 일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독립리그에서 힘들게 야구 선수로서의 꿈을 이어가고 있는 선수들이나 고교 시절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대학에 진학해야 했던 대학 선수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춰 그들이 KBO리그에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두 프로그램의 행보가 극명하게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가뜩이나 ‘최강야구 2025’는 경영권, 저작권 분쟁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이다. 자신들이 정통임을 자부하려면 최소한의 상도는 지켰어야 했다. ‘최강야구 2025’는 아직 방영도 하기 전이지만, 이미 야구팬들의 비토가 거세다. 옛말에 시작이 반이라고 했는데, 이미 반은 실패한 셈이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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